무문: 자네 아직도 글을 쓰는가?
필경: 먹고 살려다 보니…….
무문: 그래, 늘 밥이 문제지.
필경: 제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무문: 그래야지. 그래야 글을 벗어날 수 있지.
필경: 글에서 벗어나면 무엇이 있습니까?
무문: 사람이 있지.
필경: 다른 건 없습니까?
무문: 그 너머에는 아마 바람도 있고 꽃도 있겠지.
필경: 선생님이 힘들게 얻으신 명망이 아깝지는 않습니까?
무문: 명망은 글에나 도움일 될 뿐. 글을 쓰지 않는데 그것이 무슨 소용이겠나.
필경: 요즘은 뭘 하고 지내십니까?
무문: 그저 내 눈 앞의 것들을 눈으로만 쓰다듬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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