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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봄

잡담

by 빈배93 2015. 3. 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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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광명유치원(2015.02.14.)

 


1. 다져진 땅에 빈 틈이 없다 겨울이 빠져나가질 못한다 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봄은 소 꽁무니를 따라 쟁기날에 베이며 온다 이제는 논두렁 밭두렁을 갈아 엎을 때 굳은 땅에 빈 틈을 만들어 숨통을 틔울 때 그 사이로 비 들고 바람 들면 새 봄도 주리를 틀 것이다 어디 한 번 말려 봐라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이 봄을

 

2. 춥지가 않다 바람이 좋다 묵은 빨래를 모두 끄집어내어 욕조에 담고 비누 거품 가득 풀어 맨발로 꾹꾹 밟아서 바람 부는 창가에 널면 지난 겨울이 바삭거리며 말라갈 테다 그 곁에 새로 산 우리 딸 분홍드레스도 팔랑일 테다

 

3. 새 옷 입고 새 가방 매고 입학식 가는 아이 등 뒤에서 봄 냄새가 진동을 한다

 

4. 빛 바랜 엄마 내복 낡은 장롱 속으로 들어가면 빨주노초파남보 언 가지 뚫고 터져 나온다

 

5. 더디게 더디게 왔다가 서둘러 떠남이 이와 같구나 오고 감이 이러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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