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 쓴 글을 정리하며
월급 봉투가 두터웠던 적은 없지만
손에 쥐면 그 순간만큼은 참 든든했었다
그 즐거움을 통장에 적힌 영과 일에 뺏기고 난 뒤
이 도시에서의 삶이 더 팍팍하게 된 것은 아닐까
농사 짓고 산다는 게 몸도 마음도 썩어가는 일이라고 하지만
무논에서 물이 말라가고
삽짝 밖에서 홍시가 익어가고
천 리 밖에서 자식들이 모여 들어
이것 저것 싸 줄 수 있는 이 계절만큼은
도시 사람들보다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이 아닐까
세말(歲末)이 보이는 이 마당에
나는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싸 줄 수 있을까
일찌감치 나의 마흔 둘 한 해를 정리하려
해깝은 베 쪼가리를 정성껏 기워보지만
누더기를 면치 못하여
누구에게 온기를 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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