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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15년에 쓴 글을 정리하며

잡담

by 빈배93 2015. 10. 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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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 쓴 글을 정리하며

 

월급 봉투가 두터웠던 적은 없지만

손에 쥐면 그 순간만큼은 참 든든했었다

그 즐거움을 통장에 적힌 영과 일에 뺏기고 난 뒤

이 도시에서의 삶이 더 팍팍하게 된 것은 아닐까

 

농사 짓고 산다는 게 몸도 마음도 썩어가는 일이라고 하지만

무논에서 물이 말라가고

삽짝 밖에서 홍시가 익어가고

천 리 밖에서 자식들이 모여 들어

이것 저것 싸 줄 수 있는 이 계절만큼은

도시 사람들보다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이 아닐까

 

세말(歲末)이 보이는 이 마당에

나는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싸 줄 수 있을까

 

일찌감치 나의 마흔 둘 한 해를 정리하려

해깝은 베 쪼가리를 정성껏 기워보지만

누더기를 면치 못하여

누구에게 온기를 전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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