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이소라의 삽화 중 일부
『그림으로 읽는 生生 심리학』, 이소라, 그리고책, 2010.
얼마 전까지 아침 출근 때마다 집사람이 잔소리를 했다. “정장 좀 입고, 넥타이도 메고!”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받아쳤다. “영혼이 빈약한 사람일수록 외모와 옷차림에 얽매이는 거야. 냅둬! 난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으니까.”(좌우지간 나는 지독히도 고집 쌘 꼴통이다.) 그렇지만 나도 안다. 예비군복을 입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아무데나 드러눕고, 추리닝 입고 쇼핑하러 가면 무시당하지만 정장입고 가면 대우 받는 것을. ‘그냥 깨끗하고 단정하면 된 것 아닌가?’하는 반발심에 그렇게 집사람 말을 안들은 것이다. 어느 날 그런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요즘은 그냥 정장입고 넥타이 매고 다닌다.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옷차림 하나에도 많은 심리학의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 그냥 입고 그냥 먹어도 괜찮다.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심리학적 의미를 알면 좀 더 유용하고 재미있는 삶을 살 수도 있다.
나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독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주문한 것은 딱 하나였다. 재미있는 책 골라 오기! 아이들이 가져온 책들을 살펴보면, 정말로 재미 있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욕심이 나면 바로 이렇게 말한다. “다 읽고 나서 선생님에게 가져와라!” 그렇게 해서 읽은 책이 바로 『그림으로 읽는 生生 심리학』이다.
이 책은 블로그를 모태로 하여 만들어졌다. 지은이 이소라는 ‘소라의 심리학 개론실’이라는 네이버 블로그 주인장이다. 딱딱한 심리학 이론을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예쁘게 그려내고 있다. 실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심리학에 무지한 사람도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읽기 좋다. 나는 이 책을 2시간 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쉽고 간략하다. 지금까지 심리학과 관련된 책을 꽤나 읽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전에 읽은 책들의 내용이 간단하게 정리되는 느낌이랄까. 이 책은 내게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잘 정리된 강의 노트를 보는 기분이 든다. 아마 실제로도 교수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작성한 글이지 싶다. 그래서 이 책에는 저자의 지도교수가 감수자로 표기되어 있다. 학창시절 악필로 소문난 나로서는 이런 필기의 황제들을 보면 마냥 부럽다. 저자 이소라는 필기 하나만으로도 심리학도로서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공부는 못했지만, 필기 하나만으로 신의 경지에 오른 친구가 가끔 있었는데, 그 친구들은 정말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다. 수업의 본질에서 살짝 벗어났지만, 아무렴 어떠랴? 강의 시간 내내 졸지 않고 선생님의 말씀을 최대한 노트에 잘 옮겨 놓는 정성을 갖고 있다는 것만 해도 어딘가?
이 책은 학습심리·경제심리·인간관계심리·자기관리심리·애정심리의 다섯 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다. 각 카테고리 별로 10개 남짓한 개별 항목들을 다루고 있다. 그림은 학창시절 친구 중에 만화 좀 그려봤다는 친구의 솜씨, 딱 그 정도다. 그래서 더 친숙하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나열하며 글을 줄인다.
[내적 동기, 외적 동기] 나쁜 버릇을 고쳐주고 싶다면 그 행동에 상을 줘라(14) / [사회적 태만] 단체 과제를 할 때는 확실히 일 분담을 하라(35) / 단 3명만으로 관중의 동의를 끌어낼 수 있다(39) / [반동 효과] 잡념 퇴치법, 메모(52) / 똑똑하게 보이고 싶다면 말을 빨리 하라(68) / 너무 비싼 선물은 역효과를 일으킨다(97) / 공돈을 목돈으로 만들고 싶다면 2주 만 참아라(102) / 잘못을 지적하고 싶다면, 칭찬도 함께 하라(135) / [캔디 증후군] 아픈 기억일수록 자주 이야기하라(180) / 옷차림 하나로 타인을 조정할 수 있다(183) / [대조 효과] 쇼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애인을 조심하라(232) / ‘오늘의 운세’가 딱 맞다고 느끼는 이유(258) /
그림으로 읽는 생생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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