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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베키아, 영원했으면 좋았을 행복이여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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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 학교에 좋은 점이 있다. 책과 꽃을 사는데 인색하지 않다는 것이다. 도서관에 가면 어지간한 신간을 다 접할 수 있고, 교정을 산책만 해도 각 철을 대표하는 꽃이란 꽃은 빠짐없이 볼 수 있다. 책은 읽지 않으면 그냥 종이뭉치에 불과하다. 읽고 실천할 때 그 진가를 발한다. 꽃은 그 이름과 유래를 알지 못하면 '그냥 꽃'일 뿐이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그 색과 모양까지 흐릿해져버린다. 말그대로 '그냥 꽃'이 될 뿐이다. 꽃에게 말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꽃도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지난 번에 이어 두 번째로 꽃에게 말을 걸려고 한다. 오늘의 꽃은 '루드베키아'다.

   

 

   "바라기 아니에요?" 옆에 앉은 선생님이 사진을 보며 물었다. 이해한다. 나도 사진을 찍고 검색을 하기 전까지 '해바라기'의 한 품종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니. 루드베키아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린네라는 학자가 꽃의 이름을 엄청나게 많이 붙였다고 한다. 루드베키아도 린네가 붙인 이름이인데, 그의 스승인 루드베크[Rudbeck]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원산지는 북아메리카이고, 한 해 혹은 두 해 살이라고 한다.

 

  드베키아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이다. '영원'이라는 단어도, '행복'이라는 단어도 참 좋다. 그런데 그런 꽃말을 갖게 된데는 슬픈 사연이 있다. 미국이 한창 서부로 영역을 넓혀 갈 때의 이야기이다. 한 미군 장교와 인디언 족장의 딸이 사랑에 빠졌다. 미군 장교는 인디언과의 공존을 주장하다, 과격파에게 살해당한다. 인디언 족장의 딸은 연인의 비보에 식음을 전폐하다 생을 마감한다. 그녀가 묻힌 곳에서 꽃이 피어났으니, 그 꽃이 바로 루드베키아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사연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비극적으로 끝났고, 증거물로 루드베키아가 남게 되었으니, 전설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루드베키아의 꽃말 '영원한 행복'을 풀자면, '영원했으면 좋았을 행복'이 되겠다.

 

 

 

   드베키아는, 공존의 몸짓을 용인하지 못하는 문명의 폭력성 속에서, 인디언 소녀의 아픔이 씨앗이 되어 피어난 꽃이다. 루디베키아는 가뭄에도 강하고, 병충해에도 끄떡없다. 번식력도 왕성하다. 인디언 소녀의 어찌할 수 없는 가냘픔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루드베키아는 6∼8월까지 여름 한 철을 핀다. 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루드베키아는 그 말을 피해 간다.

 

   무십일홍은 자신과 다른 것은 무엇이든 집어삼키고 파괴하는 고약한 문명이 되새겨보아야 할 말이다. 자연은 공존만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다. 눈을 가리고 보지 않는 인간, 보고도 보지 못하는 인간, 보고도 애써 외면하는 인간에게 그래도 삐치지 않고 그 당연한 진리를 보여주고 또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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