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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여, 그대들의 푸른 길에 태양은 빛날 것이네

잡동사니

by 빈배93 2012. 7.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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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 D, C, D…….  학창시절 내 미술 점수는 대충 이랬다. 지금도 내 그림 솜씨는 거기에서 변화가 없다. 글을 쓰고, 글에 어울리는 삽화 하나 쯤 그려보고 싶은 욕심을 가진지 오래다. 그러나 욕심 뿐, 능력도, 노력도 없었다.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을 보면 한없이 부럽다. '내 인생에 화가와 교류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종종 했다. 어느날 문득 내게도 절친한 화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는 미술 선생님이 계시다. 함께 술먹고 당구치고 논 시간을 합하면, 내 인생을 통털어도 다섯 손가락안에 들정도로 오랜 시간을 같이 한 분이다. 그런데, 이분이 사하미술협회장이시고, 사하문화연대 공동대표이시다.

 

   몇 미술작품을 가지고 글을 써보려고 시도한 적이 있다. 그런데, 저작권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선생님께 여쭈어보았지. "문제가 될 소지가 커.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런 답변을 듣고 포기했다. 아쉬웠다.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만일 그 그림을 그린 화가를 개인적으로 알았다면…….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그림이라면 가능하잖아. 나는 글을 쓰고, 선생님의 그림은 홍보가 되고. 1석 2조가 될 수도 있겠네.' 그래서 오늘 선생님의 그림을 가지고 설을 풀어볼 생각이다.

 

   론 내가 무슨 미술평론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그림에 대한 안목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껏 공부한 것이라고는 미술평론집 몇 권 읽은 것이 다이다.나는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문학중에도 가장 변두리에 있는 한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은 언어를 매개로 한 예술이고, 미술은 붓과 물감을 매개로 한 예술이다. 결국 예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나는 선생님의 그림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을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그래서 만들어진 글이 잡문일지언정…….

 

△ Sunrise ⓒ 김무성(사하미술협회장)

 

   의 작품은 2012년 사하미술협회 정기전에 전시된 'Sunrise'이다. 그림을 보며 평소 선생님께 들었던 몇마디가 떠올랐다.

 

   "화판에 그려진 그림은 어쩔 수 없이 정적이지. 좋은 그림이 되기 위해서는 정적인 가운데 살아서 꿈틀거리는 움직임이 들어가야 해."

 

   "내 작품의 바탕은 대부분이 밋밋한 질감보다는, 거친 질감이야. 본격적인 작업을 하기 전에, 이런 질감이 느껴지도록 먼저 작업을 해놓지."

 

   "예전에는 사실화를 참 많이 그렸어. 자꾸 그리다보니까 그림이 점점 단순해지더라구. 그러다보니 메시지가 집약적으로 제시되는 효과가 강화된 것 같아. 가장 간단한 것이 가장 쉽고 가장 정확하다고 하잖아? 그걸 몸소 깨닫는데 평생이 걸린거지. "

 

   말들을 가지고 선생님의 그림을 풀어보려 한다. 일단 화가가 서 있는 장소는 그림 속에 표현된 산의 맞은 편에 있는 산이거나 언덕이다. 왜냐하면 평지에 서서는 표현된 길의 모습을 저처럼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 좌측 하단의 나무는 아마도 산이나 언덕에 자라난 것이리라. 거친 느낌의 바탕은 화가와 대상 사이에 있는 온갖 것들의 추상적 단순화로 본다.(선생님께 직접 물으니, 거친 질감은 생동성을 표현하고자 한 의도라고 말씀하셨다.) 그 모든 것을 다 그리는 것은 지저분하다. 화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묻어버린다. 그런 점에서 이런 식의 추상적 단순화는 매력적이고 효율적이다.

 

   쯤 떠오른 태양과, 일출 직전의 빛의 변화와, 구불구불한 길의 흐름은 정적인 그림에 동적인 요소를 제공한다. 일출은 희망과 새로움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아직 어두컴컴하지만, 산 아래는 푸르고, 그 푸른 들판에 길은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진다. 마치 푸른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청춘에 밝은 빛을 선사하는 듯 보인다. 뾰족하지 않고 원만한 나무는 그 길을 나아갈 청년에게 손을 흔들며 이런 말을 할 듯 하다. "청년들이여, 그대의 푸른 길에 태양은 빛날 것이네." 나는 이 그림을 그렇게 읽었다.

 

+) 글을 다 쓰고 보여드렸다. 대충은 다 짚어내셨다는 말씀을 들었다. 칭찬으로 들렸다.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런데 선생님, 다 좋은데 '일출'이라는 소재가 너무 흔하다는 것은 단점이 아닐런지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흔하고 많이 그려졌지만,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지. 이 그림을 보고 희망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그 단점은 이미 단점이 아닐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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