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아주 천천히 자란다. 조급하지도 않고, 요란하지도 않게,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서, 결국엔 여러 사람이 쉬어갈 큰 그늘을 만든다. 요즘 내 책 읽는 게 나무와 닮았다. 마음 먹으면 하루에 한 권 정도는 문제없이 읽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한 두 페이지 읽다가 무릎을 치는 문장을 만나면, 바로 읽기를 중단하고, 그 문장을 컴퓨터로 옮기고, 감상을 덧붙인다. 그러고는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고, 오래 오래 그 글을 읽고 또 읽는다. 하루 종일 그러다보면, 서너 편 정도의 글이 이루어진다. 그것을 다시 출력해서,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읽고 또 읽는다. 책을 잘 읽기 위해서 벼라별 방법을 다해 봤다. ‘이 이상의 독서법은 없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 내게 이 이상의 독서법은 없다.’고는 말할 수 있다. 나무 자라듯 책 읽는 즐거움은, 작지만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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