羊(윤흥길)
● 운이 나빠서 운이 나쁜 게 아니라, 가난해서 운이 나쁜 날. 남편을 전쟁터 노무자로 떠나보낸 날, 막내마저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바보 윤봉이의 엄마. 〈운수좋은 날〉의 김첨지와 윤봉이 엄마 중 누구의 운이 더 나쁜가? ○ 녀석은 누구로부터 칭찬받고 싶은 욕구가 동할 때마다 때와 곳을 가리지 않고 인민군가를 기운차게 부르는 것이었다. 그걸 들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피를 부르는 소리였다. 뺨 한 대 얻어맞은 과거를 찌르면 등 쪽까지 꿰뚫리는 죽창으로 앙갚음하는 세상이었다. 비단 인공 치하에서 거의 씨를 말리다시피 된 곰배 정씨네뿐만이 아니라 여차하면 당장에라도 쫓아올 성싶은 사람이 마을 안에 여럿 있었다.(101) ○ 웬수야, 이것아! 어머니는 닥치는대로 꼬집고 할퀴었다. 어쩌자고 동상..
단편소설
2024. 2. 8. 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