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름 하는 아이에게, 새로 판 연못에 물고기를 사서 넣어 기르게 하였다. 얼마 뒤에 보니, 심부름하는 아이가, 작은 물고기들은 연못에 그대로 두고, 큰 물고기는 연못 밖으로 던져놓았다. 괴이하여 그 연유를 물으니, "연못에 물을 더 부을 재간이 없어서 그리하였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아, 심부름 하는 아이가 어찌 어리석어서 그랬겠는가? 큰 물고기가 연못 밖에서 말라가고, 작은 물고기들이 얕고 좁은 연못에서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보고,〈양어기養魚記〉를 짓는다.
(구양수, <양어기養魚記>,《구양수산문선집》, 11p. 번역)
큰 물에서 놀던 놈이 작은 연못으로 잡혀왔다. 연못이 너무 작아서 움직일 수가 없다. 작은 놈들마저 죽을 지경이다. 작은 놈들이라도 살리자고 큰 놈을 내친다. 그제서야 작은 놈들이 유유자적 헤엄친다. 큰 물이라야 큰 물고기가 놀 수 있다. 큰 사람이라야 큰 사람을 품을 수 있다. 있을 자리, 품어줄 사람이, 어떠한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아니라면, 작은 물고기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말라죽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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