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로 논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섣부른 대응을 한 알라딘을 상대로 창비를 비롯한 여러 출판사가 집중포화를 퍼붓는 형국이다. 출판사와 작가, 대형 인터넷 서점, 독자의 입장에서 각기 다른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판사에서는 알라딘을 비롯한 인터넷 서점 BIG4의 독과점으로 인한 작가와 출판사의 피해, 더 나아가서 출판문화의 황폐화를 말하고 있고, 알라딘은 독자가 가장 민감할 수 밖에 책값으로 받아치는 형국이다. 상당수 독자들은, 출판사와 작가의 입장에 수긍하면서도, 인터넷 서점의 높은(정말?) 할인(맞아?) 혜택(아니잖아?)이 사라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바로 독과점의 폐해다. 소위 말하는 BIG4과 50% 이상의 유통을 점유하고 있으니, 독과점임은 사실이다. 출판계에 국한할 필요도 없이, 독과점의 폐해가 무엇이던가? 자기네들끼리 최대의 이익을 누리는 것이 아니던가? 결국 인터넷 서점의 엄청난 할인율은 자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상술에 불과하다. 독자를 위하긴 뭘 위해, 개뿔. 독과점은 비정상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고, 따라서 인터넷 서점에서 소비자를 위한 가격 운운하는 것은, 우스운 이야기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유통에 독과점은 분명 병든 상태이다. 병든 상태에서 발전 운운하는 소리는 말이되 말이 되지 않느다. 독과점 해소를 통한 자유로운 경쟁하에서 발전하던 퇴보하던 해야지 공정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정상적인 유통 구조의 확립을 위해서 도서 정가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BIG4가 죽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로 휴대폰으로 편하게 집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분명한 장점이니까.
한 출판인은 이와 함께 알라딘 중고서점이 출판된 책을 3회전 4회전 시킴으로써 작가와 출판사를 죽이고 있다는 글을 썼다. 중고서점에 나온 책의 상당수가 50% 할인으로소 해소가 안되는 재고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그럼 읽고서 소장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되는 책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남에게 주던가, 팔던가, 해야지. 그래서 소장할 가치를 느낄 만한 사람에게 돌아가게 하는 것이 책의 입장에서도 좋지 않겠는가? 3회전 4회전 되는 책은 아직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한 불쌍한 놈이다. 그 불쌍함은 책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독자의 문제일 수도 있다. 하여튼 3회전 4회전 되는 책은 소유자의 입장에서 그냥 읽고, 혹은 안 읽고, 뱉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책 자체의 퀄리티, 혹은 소유자와의 궁합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출판을 망하게 하는 악이라는 둥 하는 소리는, 나로선 납득이 잘 안된다. 더군다나 그 소리는 대형 중고서점 뿐만 아니라 영세한 헌책방도 책을 회전시키는 악이라는 말로 들리는데? 새 책을 선호하는 사람은 어차피 새 책을 산다. 나처럼 조작의 느낌이 강한 신간 베스트셀러에 거부감을 가진 사람에게는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이 딱이다. 그렇다고 우수한 작가와 좋은 출판사가 망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지만, 결국 서민의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비싸고 좋은 책 보다는 싸고 좋은 책에 끌리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중고서점 헌책방에 대한 이런 공격성 발언은, 오히려 중고서점이나 헌책방을 애용하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옳은 소리라고, 다 듣기 좋은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도서 정가제에 찬성한다. 할인율이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이라 같다면, 당연히 오프라인 서점에 가서 마음 편하게 읽어보고 책을 고를 것이다. 그런데 할인율이 10%이상 차이가 난다면, 오프라인 서점에 갈 일은 없다.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내 약속장소는 시내의 대형서점이거나 대학가의 서점이었다. 이제는 그럴 만한 서점이 별로 없다. 또 동네 마실로 갈만한 서점도 거의 없고, 가도 사람이 거의 없어서 책을 사려는 분명한 의도가 없으면는 서점 문을 열기가 민망하다. 도서정가제를 계기로 동내 서점이 살아날 수 있는 초석은 되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동내서점, 시내 대형 서점, 대학가 서점 할 것 없이, 그냥 들렀다가, 약속이 있어 찾았다가, 약간 남는 시간에 뒤적거렸던 책이 마음에 들어서, 기꺼이 사게 되는 서점, 실컷 읽고 안 사고 나와도 눈치 보이지 않는 서점, 추울 겨울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 삼아 놀고 올 수 있는 그럼 서점, 너무 자주 그래서, 주인 보기 민망해서, 한 권 안 사고는 못 배기는 그런 서점. 그런 책 문화, 그런 서점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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