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와 단 둘이 집에 있다. 놀이터에 잠시 나갔으나, 추워서 바로 집으로 온다. 지우는 "따뜻한 봄이 오면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2시가 조금 넘어 부모님이 오신다. 바톤 터치. 책 한 권 들고 커피 가게로 직행한다. 커피 가게 모모스.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시끄럽다. 아무래도 조용한 커피 가게를 알아봐야 겠다.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내가 내야할 세금이 240만 원인데, 70만 원 밖에 납부하지 않아, 170만 원을 토해야 한다고 한다. 집사람에 바로 전화 한다. "니가 알아서 처리해라." 위임은 게으름의 좋은 친구다. 그런데, 쥐꼬리만한 월급에 너무 심한 거 아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잘 읽었다. [글쓰기의 기쁨]을 읽는다(오늘 일기부터는 몇 페이지에서 몇 페이지까지 읽었다는 식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귀찮고, 무슨 의미일까 싶어서다. 편집도 최대한 자제하기로 한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다. 괜히 보기 좋게 편집하느라 - 지나고 보면 그 편집이 아름답게 느껴지지도 않을 뿐더러 -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두 책 다 좋다. 글쓰는 게 괴로워 잠시 멈췄다. 일부러라도 안 쓰는 숙성의 시간이 필요한데, 잠시 멈춘 것을 좋게 생각하기로 한다. 단, 일기는 쓰기로 한다. 안 써보니 뭐가 좋은지도 모르겠고, 당장 어제 뭘 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일기가 나중에 내 글의 자양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은 충분하니, 그냥 쓰기로 한다. 그런데, 내가 구체적으로 쓰고 싶은 장르는 뭘까? 소설? 수필? 희곡? 르뽀? 모르겠다.
[글쓰기의 기쁨]은 주니어 김영사에서 나왔다. 청소년 레벨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청소년용과 성인용이라는 표시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이 책은 글쓰기 책 중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괜찮다. 실질적으로 청소년 레벨이라는 말은 물리적인 나이와는 별 상관이 없다. 책의 수준과도 무관하다. 그렇다면 청소년 레벨이라는 말은, 책 읽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좋은 책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 듯 하다. 문득 [고문관지]의 한 편을 이인화 식으로 소설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괜찮을 것 같은데, 실행에 옮기려나 모르겠다. 늘 그런 식이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뭘 쓰긴 쓸 건데, 내 주장은 이렇다가 아니라, 이런 주장은 이런 측면이 있고, 저런 주장은 저런 측면이 있다는 식으로, 어떤 생각의 흐름들을 잘 분류해서 소개하면서, 그 분류와 소개 속에서, 내 주장을 내세우지 않으면서도, 은근히 드러나게 하는 그런 방법.
며칠째 가슴이 뻐근하다. 그래, 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좋을 게 하나도 없질 않는가? 이제 분명한 계기도 생겼고. 이번에야 말로 작심삼일이 되지 않기를. 4시가 넘었다. 지우는 고맙게도 잔다. 5시가 다 되어서야 집사람과 지민이가 온다. 지민이는 제 엄마 등에 업혀서 자고 있다. 병원에 다녀왔는데, 39도까지 열이 올라서 주사를 맞고 왔다고 한다. 자고 일어난 지민이는 기분이 좋다. 며칠 전 지우가 아팠던 것과 거의 동일한 병인 듯. 기침도 콧물도 없고, 열만 나는 그런. 그래도 2살 많고, 덩치도 커서 그런지, 잘 이겨내는 것 같다. 덕분에 지우 아플 때 보다는 마음이 편하다. 내일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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