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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동박새와의 동거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3.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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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학교. 2013.03.22.

 

   읽을 책이 더 이상 남아 있질 않다.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뭐라고 말하기에 어정쩡한 위치에 몇 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수 백의 꽃봉오리 사이로 일찌감치 꽃을 피운 분홍 빛깔의 꽃. 동백같은데, 동백이라 확신할 수가 없다. 아무튼 꽃잎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게 피어있는 모습에 무언의 탄성을 뱉고야 만다. 사진을 찍어와서 무슨 꽃인지 묻고서야 그게 동백꽃임을 확인한다.

 

   동백꽃은 벌이나 나비가 날기 전에 꽃을 피운다. 당연히 벌과 나비는 꽃가루받이를 도울 수 없다. 벌과 나비의 역할을 새들이 대신한다. 그 중에서도 특히 동박새. 그래서 동백꽃은 대표적인 조매화鳥媒花로 분류된다. 동백꽃과 동박새의 특별한 관계는 전설을 잉태한다. 그 전설은 대략 이러하다.

 

   "옛날에 못된 임금이 있었다. 그런데 아들이 없었다. 임금에게는 동생이 있었고, 그 동생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임금은 자신이 죽고나면, 조카가 왕위를 잇게 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동생을 죽이고 조카를 죽였다. 동생은 죽어서 동백나무가 되었고, 그 꽃이 핏빛을 띄게 되었으며, 그의 아들들은 동박새가 되어 동백나무를 떠나지 않았다."

 

   동백나무는 추운 겨울에 꽃을 피우는 대표적인 식물이라,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불린다. 무채색만이 가득한 겨울에 붉게 타오르는 그 모습은 - 비록 그 붉은 색이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와 아들들의 핏빛 때문이라는 전설을 떠올리게는 하나 - 스스로 자랑스러워 할만하다. 그래서 꽃말이 '자랑'이다. 겨울일수록 사람들은 그늘진 곳을 피한다. 몸만 아니라 눈길마저도. 동백나무는 그늘진 곳에 자란다. 동백나무는 사람이 눈길을 주건 말건 철이 되면 묵묵히 꽃을 틔운다. 그래서 또 다른 꽃말이 '겸손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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