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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됐거든!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6. 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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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했던 말 또 하는 사람은 참 피곤하다. 두 번까지는 참을 만하다. 하지만 세 번을 넘어가면 아주 돌아버리고 싶다. 사람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이 만든 기계 중에도 그런 게 있다. 내 컴퓨터는 켤 때마다 「업데이트가 어쩌고저쩌고…」를 떠든다.(에이, 피곤한 고철덩어리!) 매번 짜증스레 <아니오>를 누르는데, 지치지도 않고 상처받지도 않고 켤 때마다 어김없이 물어댄다. 어느 날 아침 하도 간곡하게 느껴지길레 - 빌어먹을 내 느낌! -  큰맘 먹고 <예>를 눌러줬다. 20분이나 걸려 재부팅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자 늘 써오던 키가 안 먹힌다. 우쉬, 이를 어쩌나? 물어물어 찾은 해결책이 과거로 복귀다. 복구 아이콘을 찾아 컴퓨터를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되돌렸다.(인생도 가끔만 이랬으면 좋겠다. 꼭 가끔만. 항상 그럴 수 있다면 사는 게 무척 지루하겠지.) 이제야 제대로 먹히는 키들. 휴, 다행이다. 다시 물어물어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해제했다. 이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겠지. 업데이트가 꼭 필요하면, 그때 다시 업데이트 기능을 살려 놓으면 되지. 잘 가라, 업데이트야. 다시는 보지 말자!

 

   사람도 살면서 컴퓨터마냥 끊임없이 업데이트 - 아니지 업그레이드인가, 그게 아니면 자기 개발? 그래, 자기 개발이 좋겠다. - 를 해야 한다고 한다.(자기 개발 안 하면 안 되나? 나무도 구름도 산도 자기 개발 안 해도 잘만 사는데, 왜 인간만 자기 개발을 해야 하나? 자기 개발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어떤 놈이 만들어낸 강박일지도 몰라.) 그런데 남들이 「너, 자기 개발을 해라.」고 한데서 자기 개발이 순순히 되던가? 스스로 자기 개발을 하겠다고 마음먹고, 그것도 독하게 마음먹고 해도, 될까 말까 한데. 자꾸 주변에서 「너 자기 개발 안 해?」 「자기 개발 좀 해.」「이렇게 하면 자기 개발에 도움이 될 거야.」와 같은 말을 하면 짜증이 난다. 준비된 사람에게만 스승이 나타난다. 당연히 준비 안 된 사람에게는 스승이 눈앞에 있어도 보이질 않는다. 준비되지 않은 사람에게 섣불리 스승질하려고 하면 뺨맞기 딱 좋다.

 

   한참을 그런 생각에 골몰해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다. 「땡땡 카드입니다. 이번 새로 나온 상품에 대해서 안내드리겠습니다.」「바빠요.」「이것 아시면 정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잠시만 들어주세요.」「아 바쁘다니까요.」「고객님이 모르셔서 그러는데……」「아, 됐다니까요. 필요하면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딸깍.」「아이∼씨, 전화까지 왜 이러냐.」컴퓨터보다 더한 것이 스펨 전화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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