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모든 사람에게 환영받는 원칙은 없다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6. 28. 06:30

본문

   세상사람 모두가 만족할만한 동일한 기준이 있다면, 그것만큼 매력적인 것이 또 어디 있겠니. 그런데 그런 기준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봐. 그런 측면에서 사람의 체질을 넷으로 나누어 놓고 썰을 푸는 이제마의 사상 의학은 제대로 된 출발점에 선 셈이지. 세부적인 내용이야 내 잘 모르지만, 아무튼 사상의학의 탁월함은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분명해. 단 하나의 기준이 모두에게 만족을 준다면 그만큼 편리한 것도 없겠지만, 취향도 제각각이고 체질도 제각각이고 가치관도 제각각인 사람에게 하나의 기준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이지. 그러나 인간이 제멋대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이 몇 가지 유형 속에 묶여 있어. 간혹 거기서서 벗어난 사람도 있는데, 세상에서는 그들을 괴짜니 천재니 정신병자니 하며 우리와는 전혀 다른 별종이라고 간단히 정의하고 말지.

  

   교사로 근무하다보면 별별 학생, 별별 선생을 다 보게 돼. 아주 오랫동안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준으로 대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어. 교사니까 더 철저하게. 그런데 한 10년 넘게 근무하다보니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걸 알겠더라고.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 <교사는 학생에게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걸 내 반 아이들에게 똑같이 적용해서 실천에 옮겼지. 그렇게 한 달쯤 지났나? 아이들부터 돌아오는 반응이 내 예상과 많이 어긋나는 거야. 그런 나의 관심이 좋다고 느끼는 애가 달랑 삼분의 일. 나머지 삼분의 일은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했고, 나머지 삼분의 일 아무 생각이 없더라고. 그 때, <아 이건 아니구나.> 싶었어. 그래서 곧바로 바꿨지. 관심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그대로 관심을 표현했고,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심한 척했고, 아무 생각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또 그에 맞추어서 적당하게 했단 말이지. 그래서 모든 아이들에게 존경받게 된 건 아니지만, 아이들 말이 「이전 보다는 낫다.」고 하더란 말이지.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겠어? 아무리 좋은 정책이 나와도, 거기에 만족하는 사람과 불만인 사람과 관심이 없는 사람이 골고루 있잖아.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만, 유형별로 세 등분 네 등분 나누어서 각 유형에 맞추어 정책을 짠다면 모두가 다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런데 그게 소규모라야 가능한 일이야. 시군 단위거나 국가 단위면 애당초 실현 불가능하다는 하지. 아무튼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고 살아야겠어. <모든 사람에게 일관되게 적용되는 원칙이 모든 사람의 진심어린 동의를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 말이야. 이것만 알아도 사람 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거야.

반응형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