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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공연수기] 연수 안내 공문을 받고서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7.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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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주대학교로부터 한 통의 공문을 도착했다. 「2013학년도 2학기 국어 복수전공 자격연수 대상자 유의사항」. 드디어 연수 일정이 나온 것이었다. 2013.09.02.∼ 2014.01.21.까지 50학점 총 752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고 하루에 3끼가 제공된다, 주말에도 수업을 할 수도 있다,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중등학교 국어 정교사 2급 자격증이 발급된다, 각종 유의사항을 따를 수 없거나 따르고 싶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연수를 받으러 오지 마라, 는 내용이었다.  

 

   한문학과를 졸업하며, 중등학교 한문 정교사 2급 자격증을 얻었다. 학교에 몇 년 근무한 끝에 1달 남짓한 연수를 다녀와 중등학교 한문 정교사 1급 자격증도 얻었다. 마지막 시험을 치르며, 이젠 내 인생에 더 이상 이런 시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시험이 마지막 시험이 아닌 것이 되어버렸다. 교과목이 축소되면서 한문이 없어졌다. 그래서 부득불 복수전공 연수를 가게 되었다. 과목은 국어. 주변에서는 잘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붙는 말이 「이제 보충수업 할 수 있겠네.」다. 그런데 보충 수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썩 달갑지 않다. 돈이 더 생기는 것이 좋기는 한데, 시간을 뺏기는 것은 싫기 때문이다. 유일한 한문 선생에서 십 수 명의 국어 선생 중의 하나가 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 남과 맞추어 가야겠지만, 평생을 독고獨孤로 살아온지라, 함께 해야만 한다는 것이 적잖이 부담스럽다. 복수전공 연수가 2달 앞으로 다가왔다. 교사로서 2막을 여는 첫걸음이라는 측면에서 설레는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오던대로 그냥 쭉 한문 선생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아니 그냥 그대로 남고 싶다.

 

   연수 장소는 공주대학교이다. 전국적으로 나 같은 사람들을 모여서 연수를 받는데, 지도상 대한민국의 중간쯤에 위치하기 때문에 연수 장소가 된 것이다. 그런데 공주가 지도상으로는 대한민국의 중간일지는 몰라도 교통 사정을 감안하면 벽지에 가깝다. 부산에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다. 그러니 벽지일 수밖에. 부산에서 공주에 가려면, KTX를 타고 대전에서 내린 다음, 공주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버스 정류소가 공주대학교 바로 앞이라는 점 정도. 집에서 대략 4시간을 가야한다. 시간으로 따져봤을 때 서울과 엇비슷하다. 이렇게 상세하게 아는 이유는 한문 1급 정교사 연수를 바로 공주대학교에서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공주를 떠나며, <내 살아서 이 동네에 다시 올 일이 또 있겠나> 싶었는데, 살아서 그 동네에 다시 가게 되었다. 그것도 5개월 가까운 기간을 상주해야 한다.

 

   새로 배울 내용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굳이 하나를 대자면, 국어학 정도. 단지 우려되는 것은 연수로 인한 귀찮음 정도이다. 잔소리쟁이 집사람과 떼쟁이 아이들을 떠나서 혼자서 무엇이든 자유롭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의 오붓한 시간을 누릴 생각, 새롭게 만날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할까 하는 생각, 5개월간의 복수 전공 연수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 일과를 마치고 배드민턴 클럽에 나갈 생각, 그런 생각들로 설렌다. 내 없는 동안 집사람과 부모님이 힘들지는 않을까, 애비가 없다는 것이 아이들이 어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렌다. 설렌다는 말이 집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서운해 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렌다. 그래도 설레는 나는 천생 이기적인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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