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이 도보 여행을 나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에 있는 입석마을.
아들: 아빠, 마을 이름마다 이야기가 숨어 있다고 했잖아요. 입석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나요?
아빠: '입석'의 '입'자와 '석'자는 어떤 한자일까?
아들: '입'자는 '설 입'자고, '석'자는 '돌 석'자 일 것 같은데요?
아빠: 대단한데, 정확해. 어떻게 알았니?
아들: 헤헤. 제가 아는 한자가 그것 밖에 없어요.
아빠: 그럴 줄 알았다. 그러면 '입立'과 '석石'의 뜻을 합하면 무슨 뜻이 나오지?
아들: 돌이 서있다? 서있는 돌? 그런 뜻 아닌가요?
아빠: 맞아. 간단히 말해서 '선돌'이라고 한단다.
아들: 선돌이 뭐에요?
아빠: 고인돌 알지?
아들: 전에 설명해주셨잖아요. 돌을 괴어서 만든 무덤이라고요.
아빠: 그래 기억하고 있구나. 고인돌을 왜 세웠다고 했지?
아들: 힘 있는 사람의 자기과시라고 하셨죠?
아빠: 맞아. 선돌하고 고인돌의 공통점이 뭘까?
아들: 글쎄요. 둘 다 크다는 것 밖에 모르겠어요.
아빠: 그게 핵심이야. 사람이든 짐승이든 큰 것에 대해서는 경외심을 느끼지, 경외심을 느끼면 숭배하게 되고. 고인돌이든 선돌이든 이렇게 큰 돌들은 보통 숭배의 대상이 돼. 이런 문화를 좀 어려운 말로 '거석문화巨石文化'라고 하지.
아들: 구체적으로 선돌은 마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빠: 선돌하고 닮은 것, 뭐 생각나는 것 없니?
아들: 글쎄요.
아빠: 남근석, 장승, 묘비. 뭐 그런 것들하고 닮지 않았니.
아들: 그런 것 같아요.
아빠: 선돌에는 실제로 그 세가지의 의미가 다 부여되어 있단다. 사람들은 선돌을 앞에 두고 다산과 장수를 기원하기도 하고(남근석),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빌기도 하고(장승), 무덤이 여기에 있다는 것을 표시하기도 했단다(묘비). 하나의 선돌에 이 모든 의미가 다 들어있는 경우도 있고, 하나만 들어있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건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겠지.
아들: 참 아까 우리가 지나온 선동도 선돌하고 무슨 관련이 있나요?
아빠: 우리 아들 대단한데. 맞아 선동도 선돌하고 관련이 있을 수 있어. '선동'의 '선'자를 '서다'라는 말과 관련짓는다면 말이야.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선'자를 '선仙', 그러니까 신선과 관련지어 설명하고 있어. 그래서 두가지 설이 있게 되었지. 그러니까. 선동은 선돌이 있어 선동이 되었다는 설과 오륜대와 가까워 신선이 노닐었다고 해서 선동이 되었다는 두가지 설이 있단 말이지.
아들: 우리나라에는 선돌이 많나요?
아빠: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있다고 했지. 선돌은 고인돌과 셋트야. 그러니 많을 수밖에. 전국에 있는 지명만 봐도 선돌과 관련된 것들이 아주 많아. 입석 마을만 해도 전국적으로 수십개는 될 걸. 선돌을 갓바위나 입암이라고도 부르거든. 그런 이름과 관련된 마을에는 대부분 선돌이 있었거나 있다고 봐야할 거야.
아들: 역시 우리 아빠는 척척박사!
아빠: 짜식. 우리 선돌 앞에 서서 소원이나 하나 빌고 다시 출발하자. 넌 무슨 소원 빌거야?
아들: 아빠랑, 이렇게 오래 오래 여행다니는 거?
아빠: 이 자식, 그래서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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