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주고등학교(2013.11.12.)
10년도 더 된 일이다. 일정연수의 마지막 시험이었다. 엄청난 노동을 요구하는 더러븐 문제가 한가득 나왔다. 이걸 왜 써야 하나 싶었다. 일단은 참고 답안지를 메꾸어 갔다. 얼마 안 있어 글자는 삐뚤거리고, 손가락은 얼얼해져 왔다. 갈등했다. 나가? 말아? 한 시간 쯤이 지났다. '에라, 모르겠다.' 쓰다만 답안지를 던져두고 나왔다. 나를 제외한 모든 이들은 여전히 열심이었다. 아무래도 좋았다. 속이 시원했다. 왜 진작 안 나왔나 싶었다. 내 인생의 마지막 시험이 그렇게 끝났다. 아니, 끝난 줄 알았다. 그로부터 10년도 더 지난 오늘 아침, 국어사 시험이 있었다. 또 먼저 뛰쳐 나왔다. 세종시에 다녀왔다. 오는 길에 소주 한 잔 걸치며, 이제는 '내 인생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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