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둘째날. 3월 29일 08시 41분. 매표소 입구에 도착했다. 어제 확실히 아이들을 일찍 재웠다. 그래서인지 졸려하거나 투덜거리는 학생은 없었다. 날씨까지 따듯해서 산행을 하기에(비선대까지 가는 길은 산행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산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최상의 날씨였다.
설악산 국립공원의 상징물은 반달가슴곰이다. 지리산에 방사한 곰이 자연상태에서 새끼를 낳았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아이젠을 챙겨온 아이들이 쓸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나는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산에 가면 눈이 쌓여 있을 것이라고 말을 해 주었다. 하지만 결국 눈 밟을 일이 없었다.
등산을 하다보면 표지판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표지판은 늘 내가 제대로 길을 가고 있다는 안도감을 안겨준다. 목적지인 비선대는 소공원 입구에서 4Km다. 산길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2시간 30분 정도면 넉넉히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여학생들과 함께 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학년 부장선생님이 나보고 후미를 맡아서 아이들을 잘 데리고 오라 하셨다. 늘 그랬지만 갑갑했다.
소공원에서 신흥사 일주문까지 가는 길에는 이런 저런 조형물들이 있다. 조형물 보다는 그 너머로 보이는 설악산이 훨씬 볼만하다.
설악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존지역이다. 한반도에는 백두산, 설악산, 제주도, 구월산, 신안 다도해, 묘향산이 지정되어있다고 한다. 남한에는 결국 설악산, 제주도, 신안 다도해 3곳 뿐이다.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발 닿는 곳곳이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봉우리에 남아있는 잔설은 앞머리만 살짝 센 멋진 신사를 떠오르게 하였다.
남대문 복원에 쓰였다고 하는 금강송 두 그루가 멋드러지게 서 있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사진이 훌륭하다.
설악산에서 가이드를 맡은 분이 내설악과 외설악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선생님들도 찬찬히 듣고 계셨는데, 나는 슬쩍 뒤로 돌아와 또 리우님의 사진 구도로 그 모습을 담아보았다.(참 징하게도 우려먹네.)
가이드분의 설명이 끝나고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출발했다. 난 역시나 제일 뒤에 남아 후미를 맡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후미를 담당한 조교가 있었다. 작년에도 있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떠올랐다. 매년 와도 기억 안나는 일이 한 둘이 아니다. 아마 내년에는 기억이 날 것 같다. 이렇게 여행기를 쓰고 있으니. 어찌 되었던 조교에게 뒤에 쳐진 아이들을 맡겨두고 마음껏 사진질을 하였다.
일주문 바로 앞에 있는 명물, 마법의 수도꼭지(뭐라고 부르는 지 몰라서 그냥 내가 명칭을 붙여봤다)를 보고 또 놀랐다. 작년에도 놀랐다는 사실이 또 뒤늦게 떠올랐다. 누군지 몰라도 참 아이디어가 좋다. 세상에는 남들이 못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널려있다.
09시 11분. 신흥사 일주문에 도착했다. 일주문이 가지는 의미는 성속분리聖俗分離이다. 쉽게 말하자면 저 문 안쪽은 부처님의 세계고 바깥은 인간의 세계라는 것이다. 일주문은 기둥이 일렬로 서있기 때문에 붙은 명칭이다. 외국 건축가들이 우리나라의 일주문들을 보고, 저렇게 큰 지붕이 일렬의 기둥위에 안정적으로 올려져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고 한다. 일주문에 문짝이 없는 것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박상용 저,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라는 책을 참고했다).
일주문 현판은 절이름만 있는 경우는 잘 없다. 보통 '○○산 ○○사'라고 쓰여져있다. 그 이유는 절이 산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우리 전통의 산신숭배사상의 영향도 크다. 절안에 있는 산신각도 그런 의미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불교는 유교, 도교, 무속신앙 어느 것 하나도 배척하지 않고 잘 어울어졌다. 그래서 절에 가면 그 다양한 교섭의 결과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이다.(이 부분 역시 박상용 저,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라는 책을 참고했다).
일주문 안은 부처님의 공간인데 그 안에 버젓이 '설다원雪茶院'이라는 전통찻집이 자리잡고 있다. 혹 내가 모르고 있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맞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쌓아놓은 장작과 예쁘장한 건물이 볼 만하기는 하다.
설다원의 현판이다.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이런 현판들에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한자 자체도 아름답고 그 뜻도 좋다. '눈과 차가 있는 집' 혹은 '눈처럼 깨끗한 찻집' 혹은 '눈처럼 깨끗한 차를 보유한 집' 등으로 풀어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눈과 차가 있는 집'으로 이해하는 것이 멋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등산로는 신흥사 경내로는 들어가지 않는 코스였다. 그래서 아쉽지만 정작 신흥사의 모습은 담을 수 없었다.
높이 14.6m 무게 108톤의 통일 대불이다. 108톤은 의도된 것이지 싶다. 기도를 드리면 통일이 앞당겨진다고 한다. 그런데 사진만 찍고 기도는 못드렸다.(사진 찍을 당시에는 안내판을 보지 못했다ㅠㅠ) 이제라도, 꼭 우리세대에서 통일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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