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사 일주문을 지나 비선대로 가는 길에는 멋진 다리가 있다. 아니 다리가 멋있다기 보다는 주변의 풍광이 멋있다.
우리 학생들이 지나가는 길은 관찰로라는 것을 알았다. 관찰로 중간중간에 나무, 꽃, 새, 풀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하지만 눈여겨보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이런 숲을 그냥 걷는 걷도 좋지만, '숲 안내사'와 함게 걸으며 안내를 듣는 걷도 재미있는데.(우리 가족과 함께 지리산에 가서 '숲 안내사'와 함께 해보았는데, 참 좋았었다.)
우리나라 어느 산을 가던 비슷비슷한 풍광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비슷하다'는 것은 '다르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산행이 즐거울 수 있다. '어느 무명용사의 비'를 뒤로하고 계속 나아갔다.
재미있는 나무이름이 많았다. 그 중 특히 재미있었던 나무이름들을 담아보았다. '작살나무는 누구를 작살내고 싶은 것일까?' '층층나무는 몇 층까지 자랄까?'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해보는 것도 때론 괜찮다.
인공적으로 만든 분재를 보면 아름답긴 하지만 불쌍하기도 하다. 하지만 자연에서 기묘한 모양을 갖게 된 나무를 보면 마음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산마다 돌탑이 많이 있다. 비난의 목소리도 있으나 화학적인 변형도 아니고 오염도 아니기에 나는 돌탑이 좋다. 돌탑은 수많은 사람의 소원을 받아주지 않았는가? 당신은 누군가의 소원을 받아준 적이 있는가?('연탄'이었던가? 그런 시 구절이 생각나서 패러디해봤다)
비선대 올라가는 길에 얻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돌다리 위에서 아이들이 다 지나가고 나서 찍었다.
다리 이름을 확인해보기 위해 아무리 사진을 확대해봐도 이름을 알 수가 없다. 이 다리위에서 비선대쪽을 바라보는 풍경이 일품이다.
이번 수학여행 중에 사진을 400장 정도 찍었다. 그 중에 내가 나온 사진은 두 세장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찍어달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다른 사람이 찍어준 사진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워버렸다.(나도 별로 못찍으면서 까다롭기는) 그 중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이다.
비선대 가는 중간에 군량장軍糧場이라는 비석이 나온다. 아무런 설명이 없어 그냥 '군량미를 보관했던 곳이구나'하고 지나쳤다.
중간중간에 볼 만한 경치들이 나오면 일단 찍어 보았다. 그냥 찍었는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경우가 종종있다. 일단은 많이 찍고봐라는 사진가의 조언은 틀림이 없다. 뒤의 사진에 있는 나무가 일종의 '연리지'이다. 수령이 오래된 듯한 연리지는 친구같은 노부부를 떠올리게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은 화장실도 볼만하다. 안에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이정도면 볼거리가 되지 싶다.
비선대 올라가는 길에 옆으로 계속 계곡이 따라온다. 그리고 도착한 곳이 이곳 와선대이다. 에메랄드 빛갈의 계곡물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보았지만, 그 색이 나오지 않았다. 카메라를 바꾸어야하나 하고 한참을 고민했다.
신선도 누워서 감상할만큼 아름다운 계곡이다. 하지만 등산객의 몰상식과 안전을 위해 계곡에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밧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학생들만 없으면 몰래 한 번 들어가려 했지만, 나는 인솔교사였다.
그나마 에메랄드 빛을 닮은 색이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내가 본 색깔은 이게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맞을 지도 모르겠다. 난 색약이라 색깔에는 자신이 없다.
비선대에 거의 다왔다. 마지막 계단만 오르면 된다. 벌써 내려오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설악산 비선대다. 산신령이 날아가서 비선대이지 싶은데, 어쩌면 산신령의 기분이 날아갈 듯 기쁘게 만들어서 비선대인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구도로도 잡아봤다. 10장 넘게 찍었는데, 개인적으로 비슷한 사진을 많이 올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달랑 2장만 올려본다. 하여튼 비선대는 멋지다. 처음 온 아이들도 너무 좋아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올해 아이들은 정말 긍정적인 아이들인 것만은 틀림없다.
비선대 아래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커다란 너럭바위 위에 한자로 된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워낙 깊게 새겨놓아 대책도 없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좋은 것만 보면 자기 이름 써넣는 나쁜 버릇은 똑같다. 금강산에도 김일성을 찬양하느라 큰 바위들이 수난이라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비선대 계곡 위로는 나무 다리가 길게 놓여져 있다. 직접 가보진 않았고 멀리서 사진으로만 담았다.
비선대를 내려오면서 아쉬워서 다시 한 컷. 내년에 다시 보자, 비선대야!
내려오던 길에 가게에 잠시들러 파전을 먹었다. 다 먹고 나서야 사진 찍는 것을 놓쳤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담아놓은 약주 사진만 증거로 담아왔다. 참고로 파전 한판에 12,000원 이었고, 파전이라기 보다는 밀가루전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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