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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감시하는 조선개, '박견'을 아시나요?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8.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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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5일에 수영사적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으로 가려다가 삼천포로 빠진 격이었습니다만, 아주 일이 제대로 되어버렸습니다. 볼거리 생각거리가 무지 많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박견拍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오늘 포스팅은 문화재를 전문으로 하시는 '온누리님'을 한 번 모방해보려고 합니다. 아시죠? 모방은 발전을 위한 최선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수영사적공원의 정문에 해당하는 곳에는 옛 수영성 남문이 위치해있습니다. 원래는 이곳에서 200m 떨어진 옛 수영초등학교 자리에 있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겨 놓았다고 합니다. 수영초등학교 앞에 '옛'이라는 말이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수영초등학교도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 그 자리를 내어준 모양입니다. 수영성 남문이 이곳 사적공원으로 옮겨왔기에 이제는 더이상 옮겨다닐 일이 없어 다행(?)입니다. 70,80년대 개발우선주의는 수많은 문화재들에게는 엄청난 재앙이었습니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17호 수영성 남문|무지개 모양의 홍예식 성문을 박견 한쌍이 지키고 있다

 

원래는 이 문을 가장 먼저 보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다른 출입구로 들어가는 바람에 가장 나중에 보게 되었습니다. 아마 수영성 남문을 먼저 보았다면 다른 것들이 시시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다행스런 일이 되었던 것이지요.

 

수영성 남문은 1692년(숙종 18)에 좌수사 문희성文希聖이 수영성을 중수할 때 만든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1993년에 홍예석의 붕괴 우려로 해체 보수를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문의 양식을 홍예식이라고 합니다. '홍예虹霓'란 '무지개 홍'자와 '무지개 예'자가 결합된 단어이니, 홍예식이라는 말을 무지개 모양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제가 비록 한문을 전공했지만, 문화재와 관련된 용어들을 굳이 한자로 계속 고수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그냥 '무지개모양의 문'이라고 안내판에 써 놓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텐데요.) 위로 쌓아올려진 홍예석 중에 가운데에 위치한 것이 어찌 떨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선조들의 건축기술이 수준급이라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 번 감탄을 해봅니다.

 

|수영성 남문 좌측의 박견|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습니다.

 

성문 양 옆으로 우주석隅柱石이 있습니다. 우주석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모퉁이 우'에 '기둥 주'자를 쓰니 '모퉁이에 서 있는 기둥 돌'이 됩니다. 잘은 모르지만 성문옆에 우주석은 흔한가 봅니다. 하지만 우주석 위에 이렇게 박견이 조각되어있는 경우는 드물거나 이 곳 한 곳 뿐인 것 같습니다.(좀 더 조사를 하고 관련 문헌을 봐야겠지만, 그 정도의 정성은 제게 아직은 없습니다.) 박견은 조선개의 한자식 표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개와 관련된 설화들이 남아 있는데, 한결같이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개는 귀신을 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유없이 밤에 짖을 때는 귀신이 있어서라고 합니다. 그렇듯 우리의 조선개는 사악한 것을 물리치고 복을 불러들이는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수영성 남문 우측의 박견|이빨이 날카로웠을 것 같은데, 세월에 무디어졌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성문 옆의 우주석에 박견이 올려놓았을까요? 좌수영성은 왜구의 침입을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박견이 올려져 있는 이유는 왜구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함입니다. 세월의 흔적으로 이빨도이 무디어지고 눈도 그 형태가 희미해져버렸습니다. 하지만 300년을 넘게 제 주인을 위해 한 자리를 지키며 조국수호의 임무를 한치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형체는 희미해도 정신만은 지금도 올곧습니다. 용케도 문화재 도굴단의 손에 넘어가 어느 부자집 뜰에 장식물이 되지 않은 것도 천운이라 생각합니다.

   

박견뒤의 석축에 '신해이월辛亥二月'이라는 새김이 있습니다. 1692년 증축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연표를 찾아보니 신해년에 해당하는 해가 1671년, 1611년, 1551년, 1491년인데, 어느 해에 해당하는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우주석에도 무슨 글자가 세겨져 있었을 듯 한데, 지금은 아무 것도 볼 수 없습니다. 성문 좌우로 늠름하게 올라선 조선개 박견을 보고 다시 흐뭇하게 한 번 웃음을 머금어 봅니다. 오늘은 광복절입니다. 심심하면 독도가 제 것이라 우기며 온 국민의 속을 박박 긁는 일본을 보면 참 얄밉습니다. 관공서마다 박견상을 만들어 일본쪽을 향하게 해서, 저들을 늘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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