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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 다녀오던 길에 만난 친구, 떡버들나무

학교2

by 빈배93 2011. 8.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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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에 경상남도 창녕에 위치한 우포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원래 제가 가야할 출장이 아니었는데, 일부러 대신 가겠다고 자원을 해서 다녀왔습니다. 집에 있는 아이들을 다 때놓고 우포에 가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있어야 하는데, 그래서 좋은 기회라 생각되어 다녀오게 된 것입니다. 우포늪에서 환경과 생태에 관한 교육을 받고 함안보로 이동하기 전에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여기서 기가 막힌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경남 창녕군 화왕로 9'에 위치한 '숯불구이 소나무'라는 집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맛집리뷰를 작성할 능력이 안 되어 음식사진은 찍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먹은 불고기 정식은 깔끔하고 괜찮았습니다.

 

식사를 먼저하고 나와보니, 이 식당은 람사르 공식 음식업소더군요. 'RAMSAR'라고 쓴 디자인이 새의 모습을 변형한 것으로 보이는데, 디자인이 참 이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고개를 돌려 도로 건너편을 바라보니, 돌과 흙으로 쌓은 담장에 호박넝쿨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참 정겹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집 주위나 한 번 둘러볼까?'하는 마음에, 도로를 건너가 담모퉁이를 돌았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엄청나게 큰 너댓그루의 나무가 서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중 가장 큰 나무를 바로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위의 사진으로는 감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제가 나무 옆에 모델로 섰습니다.

 

제 키가 185Cm이니, 얼마나 큰 나무인지 짐작이 되시죠? '우와 대박이다'라는 감탄을 하면서, 동시에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정도로 큰 나무면 수령이 굉장히 오래되었을 것인데, 왜 보호수로 지정이 되지 않았지?' 지나가는 동네 여인에게 수령이 얼마인지 또 나무이름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만, "모르겠다"는 답만 듣고, 할 수없이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좋은 것은 함께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사를 하고 나오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선생님들께 "저 집 뒤로 한 번 돌아가보세요. 최소 몇 백년은 된 나무가 있어요."라고 말을 하였습니다. 선생님들은 우루루 몰려 가셨고 저도 다시 뒤를 따라 갔습니다. 선생님들과 저 사이에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갔습니다만, 확실한 것은 아무 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제가 최근에 500년된 곰솔나무를 본 적이 있는데, 이 나무 정도면 최소 300년은 되지 않을까요?"라고 제 추측을 말하였습니다. 마침 나무 바로 앞에 사시는 분이 오셔서 드디어 이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60 남짓한 분이셨는데, 나무이름은 '떡보들나무'이고, 자신이 군에 다녀와서 직접 심었으니 수령은 '40년'이라고 하더군요.

 

'허걱! 저리 큰 나무가 수령이 40년이라고.' 무슨 잭과 콩나무의 콩나무도 아니고. 처음에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께 최소 몇 백년은 되었다고 말한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저 나무가 400년을 자라면 온 마을을 다 덮겠네.'하는 생각도 하였고요. 그 뒤 다시 생각해보니 보호수로 지정되지 않은 것이 그런 이유였구나 싶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떡보들나무'를 아무리 검색해봐도 그런 나무이름은 없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떡버들나무'로 검색해보니 딱 있더라구요. 제가 곧 40살입니다. 그냥 지나쳤으면 영원히 보지 못하였을 거목을 만난 것은 분명 행운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저와 비슷한 나이라, 마음 속으로 친구 먹기로 하였습니다. 어떤 책에서 '누구나 자신만의 나무를 하나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라는 구절을 읽고 내 나무를 하나 만들어봐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이제야 저의 나무를 찾았습니다. 

 

혹시 창녕의 우포에 가시는 길에 엄청나게 큰 '떡버들나무'를 한 번 보고 싶으시다면 '경남 창녕군 화왕로 9'를 검색하셔서 한 번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물론 저의 나무이니 눈독은 들이지 마시고, 단지 저를 떠올려주십시오.^^

작성일자: 2011.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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