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치르는 교실에 긴장감이 팽팽하다. 그 속에서 엎어져 있는 아이들이 도드라진다. 그들 때문에 교실의 긴장감이 조금은 무뎌진다. 시퍼런 두 눈으로 몰입하는 아이들이 비장할수록, 엎어져 있는 아이들의 여유로움은 ‘무용無用의 용用’ 마저 떠오르게 한다.
시험지와 아이들 사이의 긴장과는 별개로, 감독하는 선생과 아이들 사이의 신경전도 그 긴장에 한 몫 한다. 그 긴장들이 어우러져 누가 살짝만 건드려도 “쨍”하고 깨어져버릴 것 같은 시공은, 저 엎어진 아이들 때문에 그럭저럭 이어진다.
시간이 다 되어, 봉투 하나에 마흔 명의 지난 세 달의 땀과 눈물이 담긴다. ‘40명 × 90일 × x 시간’으로 읽히는 그 시간이 들어앉는 공간은 너무도 협소하다. 허무하다. 그 봉투가 읽혀져 숫자가 된다. 그 숫자가 아이들에게 돌아가면, 기쁨과 슬픔, 분노와 좌절로 바뀌어 시공 속으로 확대된다.
인간은 숫자로 인해 긴장을 하고, 숫자로 인해 울고 웃는다. 이 시험, 험한 세상에 나가기 전에 미리 겪어보는 유희쯤으로 생각하자. 시험이 끝나고, 감독 선생의 손에 쥐어진 답안지 봉투는 다시 조그만 상자 속으로 내던져진다. 툭!
<요즘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베껴쓰며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학교가 중간고사 기간입니다. 교실에서 감독을 하며 일어난 생각들을, 김훈의 글을 흉내내어 써 봤습니다. 이런 류의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베껴쓰다보니 은근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을 워드로 옮기다보니, 모양은 비슷한데 깊이는 한참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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