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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운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침묵입니다

잡동사니

by 빈배93 2011. 12.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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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심마님의 블로그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군자는 화를 내지 않지만, 한 번 화를 내면 온 세상 사람을 두렵게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말 많은 사람이 두려운 것이 아니니, 정작 두려운 사람은 말 없는 사람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두 말의 출처를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앞의 것은 『논어』의 구절인 듯하고, 뒤의 것은 도무지 짐작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두 인용문은 제가 읽은 원래 글과 똑같지 않습니다만, 제 말은 아니기에 인용부호를 달아봅니다.

 

두 말을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 때 화를 내고, 어떻게 화를 내어야 할 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두 말이 꼭 맞다고는 할 수 없으나, 지금껏 제 공부의 결론은 '상당히 맞다'입니다.

 

두 말이 겹치는 부분은 '두려움'과 '침묵'입니다. 그 '두려움'이란 '공포'가 아닌 '외경畏敬'입니다. 그 '침묵'이란 '도피'가 아닌 '직시'입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응할 능력이 없어서, 혹은 무관심으로 인해서 '침묵'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기 위해서 '침묵'해야 합니다. 그 '침묵' 속에서 '외경'의 싹이 자라납니다. 

 

작은 실수와 잘못은 묻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와 잘못에 대해 화를 내는 것이, 큰 잘못에 대해 말 못하는 왜소함에 대한 자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묵과할 수 없는 부조리에 대해서 일갈할 역량을 재야在野에서 키워나가야 합니다. 도무지 손을 댈 수 없을 것 같은 커다란 힘도 그 재야에서 자란 힘에 의해 언젠가는 무너집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래서 '침묵'을 도구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는 사람이, 일갈하게 되면 세상이 벌벌 떠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온 남명南冥 선생을 저는 존경합니다. 남명 선생을 모신 덕천서원德川書院에 다녀온 것이 10년도 더 되었습니다. 겨울 방학이 되면 한 번 다녀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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