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2012.\
며칠 전이었다.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었다. “딩동”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거실 모니터에 비치는 낯선 인물. “누구세요?”라고 묻자, 이웃 주민이라고 답했다. 용건을 물었다. 다짜고짜 할 말이 있단다. 현관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었더니, 롯데 상품권을 주겠단다.
“왜요?”라고 물었다. 일단 받으라고 했다. 다시 물었다. “제가 왜 받아야하죠?”그제야 아주머니는 용건을 말했다. “○○일보 지국을 요 아래에 열었는데, 저희 신문을 구독해주실 수 없나요?” “아, 예. 집사람과 상의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상품권은 구독하면 그때 받을 게요.” 상의는 무슨 상의. 다시 거실로 돌아와, 무턱대고 주는 상품권을 받지 않기를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학생으로부터 빌린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었다. 상당히 괜찮았다. 책 표지에 “남들은 읽지 않았으면 하는 비겁한 마음이 절로 드는 책이다”란 말에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이론을 접목해 신문 아주머니의 판촉 전략을 분석하자면 이렇다.
이웃 주민이라고 밝힌 것은 ‘관계 맺기’를 위한 시도다. 굳이 얼굴을 보자고 한 것은 협상이론에 의하면 대면하고 협상하는 것이 성공확률이 높다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상품권을 주겠다는 것은 상대방을 ‘빚지게 만드는 전략’이다. 아울러 바로 용건을 말하지 않는 점진적 접근법이 활용이기도 하다.
신문 아주머니는, 나름대로 점진적 접근법을 시도했고, 상대방을 빚지게 만들려는 전략에다, 얼굴 맞대기에, 관계 맺기까지 시도했다. 협상 이론에 따르면 상당히 다양한 기법을 쓴 셈이다. 그럼에도 아주머니가 실패한 까닭은 뭘까? 일단 내가 느끼기에는 전혀 점진적이지 못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상품권을 주겠다는데, 그 뒤에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이웃 주민이라고는 하는데, 그것도 영 믿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당시 내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를 읽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하하!
이 책의 장점은 몇 백을 헤아리는 사례가 나온다는 점이다. 이 사례들을 모두 초록해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너무 많아서 그냥 책을 사 버릴까하는 마음이 크다. 이 책의 핵심에 해당하는 내용을 나는 이렇게 파악했다.(아래의 내용은 책을 덮고 내 머리에 강렬히 남은 내용을 생각 나는 대로 기술한 것이다. 그래서 체계적이지는 못하다.)
첫째, 협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정이다. 내 감정은 협상의 성공 여부에 중요치 않다.
둘째, 성급하게 뭔가를 요구하지 말라. 점진적으로 목표에 접근해가야 한다. 단도직입적인 태도는 상대방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셋째, 협상 이전에 상대방의 니즈를 반드시 파악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구체적으로 그려야 한다. 여기서 구체적이라는 말은 문서로 작성하는 것이다.
넷째, 투덜대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협상을 하면 반드시 추가로 무엇인가를 더 얻을 수 있다.
다섯째, 협상에 실패했다고 협상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다시, 또 다시 계속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
여섯째, 어떤 경우에도 화를 내면 안 된다. 협상 결렬의 지름길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협상의 목적을 잠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일곱째, 감정적 지불은 협상에 있어서 필수다. 쉽게 말해 상대방을 위로하거나, 공통된 감정을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이때 공동의 적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협상에 있어서 전문 지식은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은데, 실제로는 협상 성공에 있어 10% 미만으로만 작용한다. 20%는 절차의 정당성에 좌우되고, 70%정도는 상대방의 감정에 좌우된다.
아홉째, 상대방의 표준을 활용해야 한다. 상대방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활용하면,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들 수 있다. 상대방이 만약 그것을 부정한다면 자신의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 되니 말이다.
열째, 파이를 키워야 한다. 협상 이전에 상대방의 또 다른 니즈를 파악해보면, 의외로 내가 간단히 도와줄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이것을 협상의 조건에 포함시키면 성공 확률은 대단히 높아진다.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협상의 연속이다. 이 나이까지 살면서 제대로 된 협상을 몇 번이나 했던가 싶다. 빌려서 읽은 책이지만, 새로 구매를 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다. 이 책의 저자도 읽는데서 그치지 말고, 직접 활용할 것을 강권하고 있다. 매일 여러 분야의 책을 읽어갈수록, 읽어야 할 좋은 책은 오히려 더 늘어나는 느낌이다. 협상이라는 것이 내 삶을 얼마나 또 바꾸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수많은 소비행위 속에서 협상이라는 것이 빛을 발할 날이 머지 않아 오기를……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저자
-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 출판사
- 8.0 | 2011-11-30 출간
- 카테고리
- 자기계발
- 책소개
-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다이아몬드 교수의 전설적 명강의!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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