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여항문인 중에 추재 조수삼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책 『추재기이』에 ‘전기수傳奇叟(이야기 잘하는 늙은이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의 이야기가 있다. 전기수는 주로 장터에서 이야기판을 벌였다. 그런데 이 늙은이가 매번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고, 다음 대목이 궁금해질 때면, 이야기를 딱 끊어버린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러면 궁금한 관객들은 동전을 던지고, 이 늙은이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것이 늙은이가 먹고 사는 방법이었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행태가 아닌가? 그렇다. 멀리 보자면 청나라의 장회체 소설이 그랬고, 가까이 보자면 오늘날 드라마 연속극이 그러하다. 꼭 사람을 궁금하게 해놓고, 끝나버린다. 무엇을 노리고 그랬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런 방법을 독서에 적용시켜도 유용하다. 법정 스님은 “좋은 책이란 자꾸만 덮이는 책”이라고 했다. 언제 덮느냐면, 곱씹고 싶을 때, 마음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때다. 감동이 밀려올 때, 재미가 넘쳐날 때 책을 덮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감동과 재미를 글로 표현하거나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책장 넘기기 아까운 책이 있다. 알면서 왜 넘기는가? 어쨌든 머물러야지. 이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맛좋은 음식이라도 배고파서 먹는 짜장면처럼 후루룩 넘기면 아깝다는 말이다.
이렇게 했을 때 또 다른 장점이 하나 있다. 다시 시간이 났을 때 반드시 그 책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재미가 없어서 덮은 책을 다시 펼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재미있어서 덮은 책을 다시 펼치기는 쉽다. 정리하자! 재미있으면 책을 덮으라. 그리고 그것을 쓰고 말하자. 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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