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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書雜說] 책을 짜장면 먹듯이 후루룩 넘겨서야 되겠습니까?

독서

by 빈배93 2012. 4. 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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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후기 여항문인 중에 추재 조수삼이라는 사람이 있다. 그의 책 추재기이전기수傳奇叟(이야기 잘하는 늙은이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의 이야기가 있다. 전기수는 주로 장터에서 이야기판을 벌였다. 그런데 이 늙은이가 매번 이야기가 재미있어지고, 다음 대목이 궁금해질 때면, 이야기를 딱 끊어버린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돈을 요구한다. 그러면 궁금한 관객들은 동전을 던지고이 늙은이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이것이 늙은이가 먹고 사는 방법이었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행태가 아닌가? 그렇다. 멀리 보자면 청나라의 장회체 소설이 그랬고, 가까이 보자면 오늘날 드라마 연속극이 그러하다. 꼭 사람을 궁금하게 해놓고, 끝나버린다. 무엇을 노리고 그랬을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런 방법을 독서에 적용시켜도 유용하다. 법정 스님은 좋은 책이란 자꾸만 덮이는 책이라고 했다. 언제 덮느냐면, 곱씹고 싶을 때, 마음에 감동의 물결이 밀려올 때다감동이 밀려올 때, 재미가 넘쳐날 때 책을 덮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 감동과 재미를 글로 표현하거나 친구에게 이야기하자. 책장 넘기기 아까운 책이 있다. 알면서 왜 넘기는가? 어쨌든 머물러야지. 이는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먹는 것과 같다. 아무리 맛좋은 음식이라도 배고파서 먹는 짜장면처럼 후루룩 넘기면 아깝다는 말이다.

 

   이렇게 했을 때 또 다른 장점이 하나 있다. 다시 시간이 났을 때 반드시 그 책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재미가 없어서 덮은 책을 다시 펼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재미있어서 덮은 책을 다시 펼치기는 쉽다. 정리하자! 재미있으면 책을 덮으라. 그리고 그것을 쓰고 말하자머지않아 우리는 다시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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