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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 선생님으로부터 온 감사의 문자

학교2

by 빈배93 2012. 4.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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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식을 담당하는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선생님, 영양사 선생님에게 불손하게 행동한 학생들이 있어요. 감당이 안 돼요. 도와주세요.”

 

   “무슨 일입니까?”

 

   “한 번 먹고 나갔다가, 다시 뒷문으로 들어와 또 먹으려고 했데요. 그걸 영양사 선생님이 아시고,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 하려고 구석 자리에 세웠는데, 실실 웃으면서, 또박또박 말대꾸를 했답니다. 영양사 선생님이 많이 속상하셨던 모양이에요. 제가 지도해도 별로 반성하는 기미가 없네요. 생활지도부로 가라고 했으니 곧 갈 겁니다.”

 

   얼마 후 학생 둘이 나를 찾아왔다. 두 명 중 한 명은 평소 수업시간에 아주 태도가 좋은 학생이었다. 일단 내 마음부터 최대한 가라앉혔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니? 일단 종이 가져와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 써 봐라.”

 

   그렇게 받아본 아이들의 글에는 영양사 선생님 무시한다고 웃은 것은 아니었다. 영양사 선생님의 말투도 좋지는 않았다. 두 번 먹으러 간 부분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다시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이 양쪽 이야기를 다 들어봤어. 영양사 선생님과 담당 선생님 두 분 다 화가 많이 나셨잖아? 상식적으로 그렇게 화가 많이 나셨다면 너희들의 태도에 오해를 살 만한 부분이나 잘못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너희들 야단치는 게 목적은 아니야. 만일 잘못한 게 있다면 인정하고 정중히 사과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아이들의 인상이 많이 누그러졌다.

 

   “영양사 선생님의 위치가 참 애매해. 분명 선생님인데, 너희들이 대하는 것을 보면 선생님으로 대하지는 않잖아? 너희 친언니가 영양사고오늘 같은 일이 있어서 속상해 한다면 너희들 심정은 어떻겠니?”

 

   한 아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는 애써 모른 채했다.

 

   “어쩌면 좋은 일이 될 수도 있겠다. 음료수 하나 사 들고 선생님 죄송해요라고 사과해봐.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친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두 그릇 먹고 싶을 때, 윙크 한 번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아이들은 흔쾌히 잘못을 인정하고 급식실로 올라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아이들의 반성은 진심이었다. 물론 음료수도 하나 사 들고. 다음 날 영양사 선생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선생님!! 급식실에서 저한테 무례했던 학생이 달라져서 왔더라구요. 선생님께서 지도 해주신 덕분이에요 감사해요~^^”

 

   나도 기분이 참 좋았다.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답장을 보냈다.

 

    "^^ 다행입니다.늘 수고가 많으신데, 이렇게라도 도와 드릴 수 있어서 흐뭇합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답장이 왔다.

 

   "선생님.. 선생님 글보니 눈물이 나요ㅠㅠ 주책이네요철없는 학생들 지도 하시느라 선생님이 수고가 많으시죠~ 감사합니다^^*"

 

   생활지도부, 참 힘들다. 몸이 힘든 것은 참을 만하지만, 가끔 어떻게 해도 말을 안 듣는 아이들과 부딪혀서 마음이 힘든 것은 참기 힘들다. 그럴때면 내가 이 짓을 왜하나 싶기도 하다. 이번 일처럼 일이 잘 풀려 서로가 감사하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 일선학교에서 근무하는 영양사, 사서, 보건 선생님들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과 태도가 일반 교사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 같은 교사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것은 일차적으로 우리 교사들의 잘못이 크지만, 이렇게 그 어려움을 자꾸만 알려나가며, 아이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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