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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 걸린 벽시계가 학생에게 하는 말

학교2

by 빈배93 2012. 7.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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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이다. 감독을 하며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우두커니 보았다. 문득 시계가 되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계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참 재미있었다. 그 재미를 나누고자 글을 썼다.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다른 사물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유익하다고 믿고 있다.

 

   는 교실에 걸려있는 벽시계야. 주로 태극기 옆에 걸려 있지. 위치상 동격이란 말이지. 너희들(학생) 입장에서 보면, 내가 태극기보다 더 우위일거야. 너희들이 훨씬 자주 보면서 기뻐하고 슬퍼하잖아! 게다가 태극기는 변화가 없잖아? 하지만 난 생동감이 넘치지, 아무렇게나 움직이지 않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니 너희들이 불안해할 필요도 없고.

 

   사서 걸어놓은 것은 너희들이지만, 너희들이 내 주인은 아니야. 왜냐고? 너희들은 내 팔이 가리키는대로 움직이잖아. 그러니 내가 너희들의 주인인 셈이지. '주객전도主客轉倒'라는 말. 우리의 관계를 정말 적절하게 표현하는 말이지 않아? 게다가 나는 주인으로서 갖추어야 될 덕성도 충분해. 아주 조금만 먹고도 내가 할 일을 정확히 수행하지, 흥분해서 빨리가거나 늦게 가지도 않지, 하루 24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내 임무를 잊지 않지, 잔소리 하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주지……. 그 밖에도 많지만 더 말하면 자랑이 될 것 같아서 그만 말할께. 하지만 이 정도면 내 훌륭한 덕성에 대해 동의할 수 있지?

 

   끔 너희들이 날 5분 일찍 가게 맞춰두잖아. 어리숙한 선생님들은 그런 날 믿고, 너희들의 간계에 속아넘어가지. 내 임무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나도 그게 재미있기는 해. 늘 그러면 안 되겠지만 가끔씩 그러는 건 이해해줄 수 있어. 나도 한 번씩은 일탈의 즐거움을 느끼고 싶거든.                                           <이미지 출처: 다음 이미지> 

 

   업 시작할 때면 너희들은 나에게 너무 무관심해. 너희들도 알겠지만, 무관심은 미움보다 싫단 말이야. 하지만 수업이 마칠 때 쯤이면 나는 행복해져. 너희들 모두가 꼭 한 번 이상을 나를 봐주잖아. 선생님들도 그렇고. 어떤 학생은 아예 눈을 때지를 않아. 그럴 때는 민망해. 한 번 생각해 봐. 누군가가 너희들을 빤히 계속 쳐다본다면 어떻겠니? 어쨌든 관심을 받는 다는 것은 유쾌한 일이야.

 

   침 7시부터 밤 10시까지 너희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나는 좋아. 많은 사람들이 너희들이 너무 힘들고 불쌍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좋아. 외로운 건 싫거든. 적어도 나는 전 세계의 교실에 걸려 있는 벽시계 중에서 가장 행복한 놈이야. 너희들에게는 좀 미안하지만 말이야. 너희들이 떠나고 난 빈교실에서 난 지금도 똑딱거리며 내 임무를 수행하고 있어. 그리고 내일 아침을 기다리지. 내일 아침 나의 교실에서는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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