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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 천혜의 자연 속에서도 경기를 걱정하다

학교2

by 빈배93 2012. 7.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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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빠지는 기말고사 마지막 날.(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시험을 보통 2주 늦게 친다.) 선생님들과 암남공원 갈맷길을 다녀왔다. 자체적으로는 볼래길로 명명해놓았다.(갈맷길, 둘레길, 볼래길……. 길을 두고 참 많은 이름이 붙었다.)  6.3km의 산책로를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걸었다. 해안 절벽을 끼고 만들어진 길이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서구청의 소개에 의하면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 기암절벽과 배가 떠있는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실제 걸어보니 기암절벽과 바다는 잠시만 볼 수 있었고, 대부분의 시간은 나무만 보이는 숲길을 걸어야 했다. 간간히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당겼다.

 

△ 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감천항의 모습

 

   1 전망대에서 황선생님 정선생님과 함께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바다에 커다란 배들이 10여 척 떠 있는 것이 보였다. 황선생님 왈. "바다에 배들이 저렇게 많이 떠 있으면, 경기가 안 좋은 거랍니다." "아하! 그렇겠네요. 저 배들이 안 보여야지 경제가 잘 돌아가는 거겠네요." 이런 말을 주고 받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문득 '아름답다는 풍경을 두고 어떤 사람은 경기를 떠올리기도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만 있으면 좀 심심하다. 인공만 있으면 좀 삭막하다. 그래서 나는 자연과 인공이 함께 만들어내는 풍경을 좋아한다. 그 풍경 속에서 일어나는 생각이 예술적인 것이던, 도덕적인 것이던, 혹은 경제적인 것이던, 그건 각자에게 달린 일이고, 다양한 생각들이 일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현실을 잠시 벗어난 자연에서 조차 경기에 대한 생각이 따라오는 것이 마뜩치가 않다. 적어도 여기에서 만큼은 저 배가 경제의 지표가 아닌 풍경의 일부로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들 사는게 힘들다고 한다. 그 힘들다는 것을 풀어보면,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자꾸 경제에만 집중하다보면, 경제 이외의 것들이 모두 경제에 종속된 듯이 보인다. '배 부른 뒤에 문화가 있다'는 말이 있다. '배 고픈 예술인이 걸작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이 말들을 가만히 곱씹어보면, 예술과 문화를 경제로 풀어내려는, 다시 말해 예술과 문화를 경제에 종속시키려는 불순한(?) 의도가 엿보인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배 부르고 배 고픈 것과 별개로 예술과 문화는 존재해왔고 발전해왔다." 그러니 우리 조금 배가 고파도 너무 돈돈거리며 살지는 말자. 배가 고파서 혹은 배가 불러서 다른 일을 못하겠다는 말도 하지 말자. 경제는 우리 삶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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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남공원 / 도시근린공원

주소
부산 서구 암남동 산 193번지
전화
051-240-4538
설명
해안의 소나무 숲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바다풍경과 그 위에 유유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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