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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고 말할 수 없는 방학

학교2

by 빈배93 2012. 8. 14.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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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이 다 되었다. 방학식을 하던 날이 떠오른다. 어떤 학생이 방학이 열흘 넘게 줄었어요. 왜 그래요?”라고 물었다. “아마 놀토 때문일 거야. 수업 일수는 줄이지 않고, 토요일은 놀려야 하니, 당연히 방학 일자를 줄일 수밖에.”라고 답해 주었다. “에이, 놀토한다고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어놓고……. 선생님 우리는 보충수업 때문에 방학이 없어요. 앞에 사흘, 뒤에 사흘만 방학이에요. 그마저 방학 아니라도 노는 주말을 끼워서요.”

 

   이들이 참 불쌍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사회가 경쟁을 강요하고, 살아남기 위해서 방학을 반납해라고 눈치를 주는 것을. 일개의 학생과 일 개의 교사가 저항하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압력이다.

 

   여름, 유난히도 무더웠다. 연일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였다. 보충수업이 없는 나는 집에 있어야 했다. 집에서는 마음 편하게 에어컨을 틀 수 없었다. 일이 있어 학교에 갔더니, 에어컨이 어찌나 빵빵하던지……. 적어도, 폭염 속에서, 학교는, 천국이었다. “선생님, 공부는 하기 싫지만, 시원한 맛에 학교 나와요.”라고 한 학생이 말했다. 어떤 선생님은, 아는 선생님 한 분이 집에 에어컨이 고장 나자, 일이 없는데도 학교에 출근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했다, 는 말을 해주었다.

 

   떤 이는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서 방학을 반납해야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학생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서 방학을 돌려주자고 한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놀면 좋기는 한데, 마음 편하게 놀 수가 없다고 한다. 어찌해야 하나?

 

   본적으로 방학은 놀아야 한다. 더워서 추워서 학교 와서 공부하기 힘드니, 집에서 쉬면서 공부하라고 만든 것이 방학 아니던가? 그런데 아이들에게 마냥 놀아라!”고 말할 수가 없다. 마음 편하게 놀 수 없는데, “놀아라!”고 말해본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는 교사 이전과 교사 이후에 수십 번의 방학을 보내었다. 일종의 방학 전문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의 방학들은 만족할 만한 것들이었던가? 만족할만한 방학은 손에 꼽을 만하다. 그 만족할만한 방학이라는 것도, 스스로를 가두고서야 가능했던 일이었다.(산청에 있는 서원에 갔던 방학, 1급 정교사 연수 받으러 갔던 방학, 경주에 있는 서당에 갔던 방학 정도가 그랬다.) 방학이 다 되었다. 이제 남은 날이라고는 주말을 포함해서 불과 5. 송도해수욕장에서 교외지도가 남았고, 12일의 간부수련회가 남았다.

 

   2012년 여름방학. 부지런을 떤다고 떨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10권 남짓한 책을 읽었고, 2편의 영화를 보았다. 갈맷길 걷기에 나서 100km 정도를 걸었다. 그리고 꾸준히 글을 썼다. 만족할만한 방학이었던가? 2학기를 날 수 있는 힘을 비축하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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