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설 같은 삶. 소설이 삶을 모방한 것인데, '소설같은 삶'이란 말이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중국인으로 노르웨이 유학. 나이 서른에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푸단 대학의 교수로 임용. 몇 개월 뒤 유방암 말기 판정. 나이 서른 둘에 아들 '감자'와 남편 맥도널드와 부모님을 세상에 남겨두고 사망. 투병기간 동안 삶을 돌아보며 쓴 글을 블로그에 올림. 세상은 그녀를 '블로그의 현인'이라 부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의 저자 위지안의 짧다면 짧은 삶의 흔적들이다. 개개인의 삶은 한 편의 소설보다 드라마틱하다. 미처 다 쓰지 못한 소설 같은 그녀의 삶. 그녀의 삶은 슬프고 아름답다. 그 어떤 삶보다도 드라마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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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암에 걸렸다. 아버지는 귀한 약재를 넣은 물을 달인다. 하루도 빠짐없이 딸에게 그 물을 건낸다. 딸은 그걸 마시는 것이 고역이다. 가끔은 남편에게 대신 먹어달라고 한다. 어느 날 남편에게서 전해 들은 말. <아버지는 불편한 다리를 절뚝이며 산에 오르신다. 약수를 뜨러 가시는 것이다. 집으로 가져온 약수를 앞에 두고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사랑한다." "부탁한다." "내 딸의 암세포를 거둬다오." 아버지는 그 물로 약재를 우려내신다.> "정성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3
딸이 암에 걸렸다. 엄마의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짜증을 냈다. 사과해야지 하면서도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일에만 바빠서 얼굴만 보여주고 금방 사라지곤 하는 엄마가 서운했다. 엄마는 문병을 올때마다 얼굴이 더 까매져 갔다. 어느 날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말. <네가 '에너지 숲' 프로젝트를 막 시작했다가 병마로 좌절했잖아. 네 엄마는 그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나무 심는 일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하셨나봐. 그래서 아줌마들의 자원봉사 단체를 만들어서 산동성에 나무를 심고 계서.> 딸은 다시 만난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미안해. 그냥… 다…."라고. 딸은 엄마가 가꾼 숲에 자신의 유골을 뿌려 달라고, 1년에 한 번씩 아들 '감자'를 데리고 와 달라고 부탁한다. 그 아버지에 그 어머니다. 세상의 부모된 이들의 마음은 다 그럴지 몰라도, 그녀의 부모 같이 행동하는 분들은 흔치 않다. 그녀는 이런 말을 남겼다. "좋은 삶이었고, 이 세상은 어지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후회 없이, 화내지 않고 떠날 수 있어 참 좋다."
4
<추억이란, 한 장의 스냅사진 속에 들어 있는 '끝없는 이야기'인가 보다. (…) 추억이란 게 왜 그렇게 소중한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인생이 어느 지점에 서게 되면 누구나 아껴둔 식량처럼 추억의 보따리를 풀어 하나씩 하나씩 음미하게 된다. 그런 음미를 통해 추억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삶의 또 다른 지혜를 얻는 것이다.> '추억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추억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과연 그럴 수 있겠구나 싶다. 종종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추억으로 배워야겠다는 생각. 글을 쓴다는 것이 추억하기에 좋은 방편이라는 생각. 작가가 생의 마지막에 맞닥드려서야 깨달은 것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이 독서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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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가 머리를 빡빡 밀고도 웃으며 사진을 찍는다고 해서, 병세가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질 것도 없다. 상황은 그저 상황일 뿐이다. 다만 나는 거기에 대해 싸우거나 부정하기보다는,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만의 소중한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을 뿐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름의 문제라면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건만……. 머리로 안다는 것과, 마음으로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다. 머리에 들어있는 것을 마음으로 내려보내려는 노력이 바로 '수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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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이유로 독서감상문을 써야 한다. 어떨 때는 즐겁지만, 고역일 때도 많다. '늘 즐겁게 독서감상문을 쓸 방법이 없을까?'하는 고민 끝에 새로운 방식을 취해보았다. 나름 즐거웠다. 다들, 이 글을 읽으며 삶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2012.10.1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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