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작년에 아이들 읽히려고 『먼 나라 이웃 나라』 전질을 구매했는데, 중국 근대 편이 추가로 나왔다. 추가로 구매해야 하나? 당장 구매하지 않고 좀 더 지켜보기로 한다. 최근 ‘책을 사서 읽지 말고, 읽고 나서 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책을 다 읽지 않고서는, 그 책이 내게 어떤 가치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게 책을 사면 영원히 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대 읽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질 않은가? 게다가 훗날 내 자식들이 내 서재에서 아무 책이나 빼들어도, 아비가 감명 깊게 읽은 책일 게 아닌가? 따로 무슨 책을 추천할 필요도 없이.
2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의 유럽 편은 상당히 괜찮았다. 반면 일본 편, 우리나라 편, 미국 편은 거북하거나 이상하다고 느낀 대목이 많았다. 전자는 아는 것이 없어서, 이원복의 관점을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요, 후자는 좀 안다고 생각해서, 선입견을 갖고 읽었기 때문이다. 중국 근대 편은? 상당히 괜찮았다. 이유는? 유럽 편과 같다. 중근 근대사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책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자가 저자와 관점이 달라서 불편할 수 있지만, 그게 결코 저자의 잘못은 아니다. 나와 다른 관점으로 쓰였다고 해서 불평할 필요는 없다. 독서라는 게 애초에 다른 관점을 접함으로써, 내 사고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3
중국 근대 편을 일독했지만,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 것이 없다. 이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꼼꼼히 읽지 못했다. 읽던 중 여러 번 주의가 흐트러졌다. 그러면 바로 책을 덮어야 하는데, 페이지 넘기는 욕심 때문에 계속 읽었다. 그러니 설렁설렁 넘어갈 수밖에. 내 독서의 큰 병통이다. 둘째, 『먼 나라 이웃 나라』 시리즈가 원래 그렇다. 한 나라의 엑기스를 책 한 권, 그것도 만화책 한 권에 담아낸 것이 이 시리즈다. 한 권 책 속에 수 많은 사건, 수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어지간한 배경지식이 없다면 한 번 읽고 소화하기 어렵다. 결국 두 번 세 번을 읽어야 하는데, 개인적인 체험이지만, 두 번 읽어도 흥미롭고, 세 번 읽어도 여전히 흥미로웠다. 그러니 참 괜찮은 책이랄 수밖에.
4
<루쉰은 중국인을 개혁하기 위해 의술보다 글을 택해 중국인의 속성과 단점을 과감하게 저작물을 통해 지적하며 중국 문학에 혁명을 일으킨 거물이었지.> 엄청난 비난과 협박을 감수하고, 솔직하게 자국인의 속성과 단점을 지적했기 때문에, 그의 글이 중국인에게, 세계인에게 명작으로 남을 수 있었다는 생각. 루쉰 전집을 읽어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중국인의 속성과 단점을 살펴보고, 아울러 글쓰기의 방법적·정신적 측면들에 대해 배워야겠다는 생각. 그런 생각을 했다.
5
중국의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엄청났다는 걸 처음 알았다. 그 과정에서 일본의 행패 또한 우리가 당한 그것에 못지 않았다. 중국인들이 왜그렇게 일본을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센카쿠 열도를 두고 처음에는 대등하게 붙는 듯하다가, 이게 아니다 싶었는지 저자세로 기기 시작하는 일본. 과거의 영광된(?) 역사가 그리울 테다. 그런데 어쩌랴? 중국은 이미 공룡이 되었으니. 소비가 미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16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중국은 SUPER POWER다!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너네 물건 안사겠다"고 나오면, 일본은 결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물론 미국을 포함한 세계의 어떤 나라도 마찬가지다.
(2012.10.11.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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