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괴정시장 할매
2014.09.11 by 빈배93
[부산] 동래읍성
[부산] 중앙동 40계단
[부산] 금정산(金井山)
[부산] 온천천(溫泉川)
[부산] 영도(影島)
[부산] 국립해양박물관
[부산] 대신동 꽃마을
퇴근길 괴정시장을 지난다. 아스팔트 바닥 위로 비닐 장판이 깔려 있고, 장판 위로 상치며 쑥갓이며 파가 널려 있다. 그 위로 찌그러진 낡은 양산 하나가 놓여 있고, 양산 아래로 시커멓고 자글자글한 얼굴이 무표정하게 있다. ​ - 할매요 그래 하루 종일 있으면 얼마나 법니꺼? ​- ..
잡담 2014. 9. 11. 11:11
신묘년 겨울은 추웠고 임진년 봄은 따뜻하였다. 얼어서 부풀었던 흙이 녹자 흙가 흙 사이가 벌어졌다. 그 틈으로 새싹이 피어나자 헐거워진 성벽은 군데군데 허물어졌다. 봉화가 오르고 파발이 이르자 성벽을 손질하는 손이 바빠졌다. 어여 해. 어여 해야해. 이게 우들 목숨줄이여. 성으..
잡담 2014. 9. 11. 10:52
끊어진 다리에 애 끊이며, 걸어걸어 칠백 리 피난 길. 작은 아이 번갈아 업고, 큰 아이 손 잡아 걸리며, 고생고생 고단한 고행길. 부산 가면 우리 네 식구, 발 뻗을 자리 하나 못 구하겠소 했는데, 방 한 칸 구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사십 계단 주저앉아, 담배 한 개피 물려는데, 빈 곽만 꼬깃..
잡담 2014. 9. 11. 10:49
크고 깨끗한 식당만, 번듯한 새 건물만 좋았다. 확실히 그랬다. 강산이 두 번 변한 부산대학교. 그 시절 기억은 여전한데, 그 시절 풍경은 흐릿하였다. 그렇게 넉넉했던 넉터(현재 대학본부 옆의 운동장)는 반의 반 똥가리만 남았고, 현대 건축의 정화들이 여기저기 치솟아 공터를 지웠다. ..
잡담 2014. 9. 11. 10:37
풀 몇 포기 힘겹게 기르던 너. ​이만큼 키웠으니 장하구나. ​코 쥐지 않고서 마주하기 어렵던 너. ​저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았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로구나. ​​​슬쩍 내린 비. 맥없이 잠기는 쓸모 없는 땅. 집 지을 엄두를 낼 수 없는 버려진 땅. 쓸모 없고 버..
잡담 2014. 9. 11. 10:23
말은 달렸다. 구름으로 치장한 선계를 마음껏 내달렸다. 청학은 놀라 날아올랐다. 말은 달렸다. 봉래산 등성이를 초원처럼 내달렸다. 목이 타면 해풍을 마시며 해풍을 뚫고 해풍보다 먼저 달렸다. 그림자는 집요하게 말을 따랐다. 그럴수록 말은 힘이 나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림자는 기..
잡담 2014. 9. 11. 10:06
바다와 마주한 너른 정원에는 바다가 선물한 바람이 가득하다. 두 팔을 벌리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겨드랑이를 바람이 붙들어주는데, 바람이 조금만 더 세거나 아이들이 조금만 더 가볍다면 날 수도 있을 것 같다.
잡담 2014. 9. 11. 10:03
수로부인(水路夫人) 꽃 따던 노옹(老翁)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아무리 살기 어려워 배 곪아도 꽃 찾는 사람 없던 적 없었으니 왜정 때 엄광산·구덕산 기슭에 살던 아낙네도 산에 올라 꽃을 꺾었다. 이슬 젖은 야생화 이고서 고갯길 내려오면 꽃향기도 함께 줄을 지었다. 이 꽃 다 팔아..
잡담 2014. 9. 11.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