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어요. 아이들에게 자습을 주고서 우두커니 게시판을 바라봤습니다. 옆으로 5칸(월화수목금) × 아래로 9칸(1교시∼9교시)의 시간표. 부산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경희대·성균관대·서울대의 교표. 아무렇게나 펼쳐진 채 꽂혀 있는 영자 신문. 화투에 나오는 사람과 사슴과 새들과 꽃들. 그렇게 구성되어 있네요.
시간표를 보면서는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입학할 확률이 희박한 대학들의 교표가 아이들의 희망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읽지도 않을 영자 신문을 왜 저렇게 잔뜩 부쳐 놓았을까하는 생각도 들었고, 화투 그림들을 보며 저것도 팝아트로 봐야 하나 하고 생각을 했어요.
저도 학창시절에 ‘이번 시험만 잘 치면……’하고 생각을 했었지요. 영원히 끊이질 않을 시험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죠. ‘대학만 가면…….’ 이란 생각도 했었지요. 대학 간다고 만사가 술술 풀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너무 비관적인가요? 모든 아이들이 저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아요. 아이들이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말이에요.
그래도 경쟁 사회니까? 사는 게 전쟁이니까? 이런 식의 발상은 이제 좀 안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힘을 합해서 축제와 같은 삶을 살면 안 되나요? 좀 덜 풍족해도 경쟁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백점에 한 60점만 넘으면, 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보람 있게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 학교였으면 좋겠습니다.
(2012.10.16.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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