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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독서

by 빈배93 2012. 11.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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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림출판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제안 받았다. 글 빚을 지는 게 싫어서, 다시는 안 한다고 마음 먹어놓고, 또 수락하고 말았다. 책 제목이 흥미롭기도 했고, 청림출판에 대한 좋은 기억도 있고 해서.(작년에 청림출판에서 펴낸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괜찮게 읽었다. 출판사가 잘 되기 위해서는 좋은 책만 펴내고, ‘이게 뭐냐싶은 책은 절대 펴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출판사 하면, 좋은 책만 내는 출판사로만 인식된다면, 출판사 이름 자체가 브랜드 파워를 지니게 된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때문에 청림출판사를 그렇게 본다. 립서비스? 절대 아니다.)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중국 간신 열전정도의 부제가 붙을만한 책이다.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애초에 간신의 행적 자체가 흥미로운 스토리를 갖고 있고, 저자의 필력도 나름 괜찮았으니, 읽는 재미가 쏠쏠할 밖에. 아쉬운 게 있다면 저자의 어조가 지나치게 격앙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점이다. 저자의 선조 중에 간신에게 험한 꼴을 당한 분이 있어서, 원한이 골수에 사무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혹 개정판이 나온다면 저자와 잘 협의해서 그런 부분에 대해 수정을 한다면, 보다 양질의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설이 길었다. 이제 간신이야기를 해보자.

 

   신영복 선생에 의하면, 중국의 전설시대에 황제의 자리를 선양하고, 혹은 그 선양을 거절했던 것은, 황제의 지위가 만백성의 노복으로서 지독히 힘든 자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양은 전설시대로 끝나 버린다. 그 후로는 황제는 노복이 아닌, 말 그대로의 황제가 되어 버렸고, 당연히 황제 자리는 거절할 것이 아닌, 쟁취할 자리로 굳어졌다. 그것도 무슨 수를 쓰던 간에 쟁취해야 할. 황제 자리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혹은 황제자리를 지키는 과정에서, 황제의 사적인 욕심이 팽창한다. 그때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간신이다. 간신은 기꺼이 등 긁개가 되어 황제의 가려움을 긁어준다. 이를 마다한 황제가 역사상 몇이나 있었는가?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간신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간신은 멍청한 왕에 기생한다. 혹은 똑똑한 왕을 멍청하게 만들어 기생한다. 간신이 기생충이라면 멍청한 왕은 숙주에 해당한다. 이를 현대에 적용시키면, 멍청한 국민에 간신배가 기생하고, 간신배는 당연히 우민화에 주력하는데, 그 폐해가 가장 직접적으로 이르는 곳이 교육계이다.

 

   둘째. 국외의 적에게는 무관심하고 자신의 정적에게만 민감하다. 이를 현대에 적용시키면, 외교적 능력은 거의 빵점에 가까우면서, 국내에서 소모적 정쟁만 거듭하는 경우가 되겠다. 이럴 경우 나라가 망하게 되는데, 간신배들은 나라 망하는 것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셋째, 대체로 무식하고 인성 수양에는 관심이 없다. 책 한권 읽지 않으며 바쁘다는 핑계만 대고, 읽어도 처세와 관련된 책만 읽는다. 물론 출판할 능력은 전혀 안 되고, 혹 출판을 해도 대필을 애용한다. 간신배는 철학이 없고 처세만 있으면서도, 자기는 철학이 있다고 주장하거나, 철학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넷째, 권력자의 비위 맞추기에 능하다. 주변의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는데, 심지어는 그것을 남에게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는다. 자신에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약한 것이 사람 아니던가? 그러니 간신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황제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데, 가끔 계산된 입바른 소리를 하기도 한다. 현대로 적용시키자면, 국민들에게 입바른 소리를 하지 않는데, 가끔 계산된 입바른 소리를 정치적 위협을 극복하는 도구로 삼는다. 그래서 사람들이 헷갈리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전략이다.

 

   여섯째, 잘 웃고 꿀 발린 말을 잘하는데, 마음은 늘 꽁해 있어서 한 번 받은 수모를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준다. 그것도 곱절로. 멍청한 국민들은 그걸 보고 유머가 있다’, ‘인상이 좋다는 둥의 말을 한다. 심지어는 그들을 비판하는 사람에 대해 너무 심하다는 둥의 지지 발언을 한다. 결국은 자신도 무기력하게 피해자가 되는데, 그래도 뭐가 문제였는지,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른다.

 

   일곱째, 정적을 공격해서 결국은 몰아내지만, 또 다른 간신의 공격에는 무기력하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 구간신을 몰아낼 신간신이 되어, 구간신을 몰아내고 그 자신은 모든 것을 던지고 초야로 돌아간다면, 그는 간신일까, 충신일까 하는 생각.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이번 대선에서 어떤 자가 간신인지 잘 가리고 투표하라고 했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내 주변에서 어떤 사람이 간신에 가까운지를 판단해봤다. 그런데 그 판단이라는 것이 자의적인데다가 애매한 구석이 많아서, 바른 판단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깨달았다. 어쟀든 돈 밝히는 사람, 편 갈라서 제 편만 티 나게 챙기는 사람, 윗사람 비위는 기가 막히게 맞추면서, 나머지에게는 군림하려는 사람은 간신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나대면 안 된다는 생각과, 그래도 결국 나대게 될 것 같다는 암울한 예측이 머리에 남아 맴돌았다.

 

 


간신들은 어떻게 정치를 농락하는가

저자
김영수 지음
출판사
추수밭 | 2012-11-09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이 책의 간신들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 간신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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