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도서관에 예쁜 이름을 짓는다는 연락이 왔다. 무심코 지나쳤다가, 그래도 책과 관련된 일인데, 동참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 작명에 들어갔다.
① 도서관圖書館에서 ‘도圖’의 원래 뜻은 ‘그림’이다. 문자의 시작 역시 그림으로부터였다. 머리속에서 이렇게 연결해 본다. "책 → 문자 → 그림[圖]" 어라! '그림' 이거 어감이 좋은데. 앞이나 뒤에 올 말을 잘 붙이면 뭐가 될 것 같다.
② 스페인의 한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모두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의 눈과 귀가 보고 들을 수 있는 세계는 지극히 좁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감옥에 하나의 창이 나있다. 놀랍게도 이 창은 모든 세계와 만나게 해준다. 바로 책이라는 이름의 창이다.”(홍세화,『생각의 좌표』)
③ 스페인의 한 작가가 누군지는 아무리 검색을 해도 도무지 알 수 없다. 모두 홍세화 선생의 저 책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혹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인가? 아무튼 머리속에서 도서관의 '서書'자를 이렇게 연결을 해 본다. "책 → 창 → 빛"
④ '그림빛'은 어감이 이상하다. 순서를 바꾸어 '빛그림'으로 하니 어감이 훨씬 낫다.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렇다. "빛그림 = ‘나’라는 감옥 너머를 비추는 그림 = 책" 괜찮은데!
⑤ 우리학교의 '등길' '반딧불이관'과도 호응이 된다.
⑥ “너의 반짝이는 미래를 그려봐라!” “네가 빛나는 그림이 되어봐라!” “넌 세상에 어떤 빛깔의 그림으로 남고 싶니?” 정도의 마음대로 해석이 가능할 듯도 하다.
⑦ 입에 착 달라붙으면서, 쉽고도, 의미있는 이름을 짓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두 시간은 머리를 싸매고 끙끙댄 것 같다. 누가 들어도 "이거다!"란 말이 나와야 하는데, 나조차 그렇지 못하니……. 아쉬운데로 제출한다. 1등은 도서관 이름으로 채택되고 상금이 5만원이라고 하는데……. 이 참에 이런 식의 각종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품하는 취미를 한 번 만들어볼까 싶다. 창의는 어렵고도 힘들지만 재미난 것이기도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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