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 체험학습을 갔다. 1학년 선생님도 다 빠졌다. 2학년도 수학여행을 갔다. 2학년 선생님도 다 빠졌다. 3학년도 입시설명회에 갔다. 3학년 선생님도 다 빠졌다. 이도저도 아닌 몇 명의 선생님만 덩그러니 학교에 남았다. 나도 그 중 하나다. 다들 가르칠 학생이 없으니, 딱히 할 일이 없다.
늘 하던 대로 교무실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도서관에도 다녀오고, 교정을 산책도 하고, 커피를 한 잔 마시기도 한다. 방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좋다. 비록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이다.
가난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욕심을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다면, 아주 조금만 일하고,소요逍遙의 시간을 충분히 누릴 수 있으련만. 받아들이고 내려놓기가 두려워, 미래의 꿈으로만 만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겨울이 성큼 다가섰다. 이런 계절에는 홀로라야 제격이다. 오늘은 무엇으로 소요逍遙할까나? 멋쩍은 고민이다.
(2012.11.22. 작성)
ⓐ 교정.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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