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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 그리고 톨스토이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1.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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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밤에 톨스토이 소설을 하나 읽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실린 제목은 없는 소설이었는데, 내용은 이렇다. 나쁜 놈이 죽기 전에 회개해서 천국문을 두드렸는데, 번번이 거절을 당한다. 그래서 따진다. "거절하는 너는 누구냐? 너도 잘못한 점이 이렇게 많질 않으냐? 기독교의 정신이라는 것이 사랑 아니냐? 그리고 난 회개했다는 점에서 너희들과 똑같다. 그러니 나도 사랑받을 만하고, 그래서 천국에 들어갈 자격이 있다.' 결국 나쁜 놈은 천국으로 들어가게 된다. '하여튼 가만 있는 것보다 제대로 알고 따지면 무슨 득을 봐도 득을 본다'(물론 이건 톨스토이가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죄없이 살수는 없으나, 죽기 전이라도 뉘우치고 개선하면 누구나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나는 읽었다. 하여튼 톨스토이가 주제를 간명하게 엮어내는 솜씨는 일품이다.

 

   요즘 집사람이 통 먹지를 못한다. 가뜩이나 밥 먹는 속도가 느린데다, 아이들까지 죽자고 챙기니. 게다가 조금만 신경쓰면 체하는 일이 잦아서,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안 된 마음에, 새벽에 일어나 홀로 출근하는 집사람 밥상을 차려줬다. 그렇게 밥을 먹은 집사람도 좋았겠으나, 뭔가를 해주었다는 내 마음도 좋다.

 

   어제 미루었던 영화 『타워』를 계획대로 조조로 봤다. 설경구도 여전했고, 손예진도 예뻤고, 김상경은 뭐 그럭저럭. 63빌딩으로 보이는 건물 옆에 세워진 108층 쌍둥이 빌딩 중 하나에 불이났다는 설정인데, 그래픽 기술이 어찌나 뛰어난지 꼭 실제 있는 건물처럼 보였다. 불이 난 장면,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이 부분에서는 911 테러 때의 장면이 매치가 되었다), 물이 쏟아지는 장면,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손색이 없었다. 실감나는 영상에 시종일관 몰입하게 만든 스토리 전개, 가끔씩 마음 시큰한 장면들까지. 상당히 재미있게 봤다. 

 

   대호(설경구 역)가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고서, 아내에게 마지막 음성녹음을 남기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그 부분이 개연성이 약하다. 직업적인 희생의식이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확실히 살 수 있는데, 사랑하는 아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과연 스스로 폭약을 안은 체 자폭 버튼을 누른다는 스토리가,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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