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가 보고 싶었다(제대로 된 스케일을 갖춘 재난 영화는 최소한 기본은 한다. 따라서 영화비가 아까울 일은 잘 없다).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였고(게다가 다음날이 집사람 생일이었다), 집사람이 원하는 것은 다른 영화였다(집사람과 시간도 잘 안 맞지만, 영화 취향은 더 안 맞다). 그래서 『반창꼬』를 봤다(물론 고수가 주연이라는 점에서 큰 거부감은 없었다. 그게 다 드라마 『피아노』 때문이다).
제목이 표준어가 아니라 시비를 당했다고 알고 있다. 한글을 바르게 쓰자는 취지는 이해하겠는데, 영화 제목은 영화의 일부이고, 특히나 제목에는 제작자의 의도가 진하게 담겨 있다. 그래서 꼭 표준어일 필요는 전혀 없다. 영화 제목을 두고 표준어 운운하는 것은, 마치 추상화를 놓고 대상과 「닮았네, 안 닮았네.」 운운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무식한 처사다(그런 점에서 끝까지 '반창꼬'를 고집한 제작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 영화의 장점은 소방관의 고달픔과, 그로 인해 끈끈한 정으로 맺어진 동료애를 잘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다(그런 점에서 상당히 잘 된 캐스팅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마동석. 마동석은 거의 하나의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멜로 영화이기 때문에 멜로와 관련한 스토리라인에서 장점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굳이 찾고 싶지도, 찾아도 별로 찾아질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쉽게 말해 멜로와 관련해서는 별 볼일 없는 스토리라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남자인 내가 봐도 고수는 정말 멋지게 나왔고, 한효주도 인물값은 했음에도 말이다. 재미가 없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재미가 있었다고도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할까. 별표를 준다면 6개 아니면 7개 정도.(영화보고 나오는데, 집사람이 물었다. 「나는 정말 좋았는데, 자기는 어땠냐?」고. 판을 깨기 싫어서 「좋았다」고 짧게 답은 했지만, 그다지 좋지는 않았고, 차라리 『타워』가 훨씬 나았을 것이란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집사람은 내 블로그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보다 강한 놈은 없다(저렇게만 산다면 세상에 두려울 게 뭐가 있으며, 못할 말이 뭐가 있겠는가?)>, <50%의 확률에 목숨을 던지는 것은 객기다(분명 객기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이 있다면 절대 불가능하다)>, <아무리 아픈 사랑이라도 시간이 흐르면 견딜만해진다(문제는 그 시간이 지옥이라는 거지)>, <사랑으로 인한 아픔은 또 다른 사랑으로 망각하는 것이 최선이다>,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것도 잘 생긴 놈이 해야 멋있지, 못 생긴 놈이 하면 추하다>, 영화를 보면서, 아니 고수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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