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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배드민턴 소설/배드민턴 탈출기] 제9화 영패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5.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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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구가 <꼭 이겨야지.>하는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나르시스의 현신이라고 할지라도, 구력 7년의 상대를 구력 하루의 자신이 이긴다는 것이 어불성설임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민구가 바란 것은 그저 너댓 점 정도였다. 그 정도는 어떻게든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민구가 계산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서비스권을 가진 상태에서 이겨야 득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 룰은 현재 없어지고, 렐리포인트제로 바뀌었는데, 아무튼 그런 룰 하에서 민구가 두 번 연속 이겨서 득점을 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던 것이다. 민구도 몇 번 쯤은 이겼다. 민구가 잘해서 이긴 건 아니고, 클리어 선생의 실수로 인해서였지만. 한 번 이기는 것 까지는 어떻게 어떻게 되었는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서비스권을 빼앗긴 클리어 선생은 최대한 안전하고도 무자비하게 민구의 서비스권을 빼앗아 갔다. 그 다음에는 민구를 말 그대로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이러했다.

 

클선생: 롱 서비스.

민 구: (급히 뒤로 달려가) 하이클리어.

클선생: (여유롭게) 드랍샷.

민 구: (급히 앞으로 달려와) 하이클리어.

클선생: (선체로 여유롭게) 드럅샷

민 구: (헉헉거리며 달려와) 하이클리어.

클선생: (드럅샷 치는 척 하다가) 하이클리어.

민 구: (급히 앞으로 뛰어오는데, 셔틀콕은 머리위로 지나가고.) 헛손질. 실점.

 

   경기결과는 물어볼 필요도 없이 15 : 0. 가쁜 숨을 연신 몰아쉬며 땀을 닦는 민구와 무료한 듯 하품을 하고 있는 클리어 선생. 민구는 최대한 밝은 인상으로, 그러니까 무참히 구겨진 자존심을 감추기 위해 최대한 밝은 인상으로,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라는 대사를 남기고 급히 체육관을 떠났다. 허나, 민구가 어떤 사람이던가? <이번은 뭔가 잘못되었다고, 내가 이럴 리는 없다고, 내일은 기필코 몇 점 내고 말겠다고, 그러니까 지금부터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민구가 물어볼 때라고는 포털 검색 뿐. 민구는 이런 질문을 남겼다. <배드민턴 초보인데요, 어떻게 하면 저보다 구력이 긴 사람과의 단식 경기에서 이길 수 있나요? 상대방은 구력 7년, 저는 배드민턴은 아니지만 농구 구력 20년 쯤 됩니다.>

 

   잠시 후 올라온 답변의 내용은 이랬다.

 

<답변 1: 절대 못 이겨요. 허재가 와도 안 돼요.>

<답변 2: 한 점도 못 낼 걸요.>

<답변 3: 야이 자식아, 이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배드민턴이 장난인 줄 아나.>

<답변 4: 셔틀콕을 치는 척 하면서 라켓을 상대방 얼굴을 향해 던지세요. 그럼 무승부 정도는 기대할 수 있음.>

<답변 5: 단식이요. 그거야 안 먹고 버티는 거죠. 정 힘들면 물로 배를 채우세요.>

<답변 6: 중국 직수입 비아그라 싸게 팔아요. 문의 전화, 011-XXX-XXXX>

<답변 7: 최신야동. 무료다운로드. 여기를 클릭하세요. http://xxx.xxxxxx>

 

   「이런, 쓰레기……. 우리나라 인터넷 수준이 이런데, 내가 뭘 믿고.」 민구의 입에서는 저절로 그런 소리가 나왔다. 그 아래에 달린 답변은 볼 것도 없다 싶어 인터넷 창을 닫으려는데, 섬광처럼 번쩍이는 하나의 답변이 있었으니, 그 내용은 이러했다.

 

<답변 17: 아마 이기기는 힘들듯. but 상대가 아주 고수만 아니라면, 라켓 쥔 손 반대쪽으로 셔틀콕을 길게 보내면 몇 점 정도 얻는 것은 가능할 듯도 함.>

 

   민구는 환호했다. 「옳거니, back 쪽을 공략해라는 말이구나. 왜 그 생각을 못했지.」민구는 바로 클리어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님, 내일 한 게임만 더 해주이소.」 클리어 선생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던가.」라고 말했다.(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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