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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배드민턴소설/배드민턴 탈출기] 제10화 아, back이여

잡동사니

by 빈배93 2013.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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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민구는 조금 일찍 체육관으로 가서 back 쪽으로 셔틀콕을 날리는 연습을 했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고, 계획대로 클리어 선생의 back 쪽으로 셔틀콕을 날렸다. 움찔하는 클리어 선생을 보며 민구는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일? 클리어 선생이 친 셔틀곡이 민구의 오른쪽으로 날아왔다. 그러니까, 민구는 왼손잡이인데, 오른쪽이면 back 쪽이 된다. 라켓 잡은 지 이틀 된 민구가 무슨 수로 back을 치겠는가? 바로 헛손질. 민구는 클리어 선생이 셔틀콕을 치는 순간 그의 눈이 아주 잠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무서웠다. 악마의 눈빛을 본 적은 없었지만, 그게 있다면, 바로 저런 눈빛일 거라고 생각했다. 클리어 선생은 잔인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시종일관 민구의 오른쪽 구석으로만 하이클리어를 날려댔다. 민구는 아예 오른쪽이면서 뒤쪽 모서리에 박혀서 돌이 되었다. 물론 클리어 선생의 back 쪽으로 셔틀콕을 보낸다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역시나 결과는 15:0.

 

   민구는 후회했다. <차라리 답변 4를 실행했었으면…….> <아∼씨, 자존심 상해.> <농구로 한 판 하자고 해?>그런 생각 끝에, 민구는 클리어 선생을 찾아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농구로 한 판 합시다. 선생님 한 점도 못 낼 겁니다.」 클리어 선생은 무슨 이런 유치한 놈이 다 있나 싶은 표정을 짓더니,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싫소.」당황한 우리의 민구, 무슨 말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말을 횡설수설하다가, 도망치듯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내가 생각해도 유치하긴 해.」라며 제 머리를 쥐어박았데나 어쩠대나.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종일토록 민구의 머리위로 셔틀콕이 날아다녔다. 영리한 민구는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재깍 이해했다. 그리고 갑자기 일어나 교무실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저, 오늘부터 배드민턴 칩니다.」 뜬금없는 민구의 외침에 어리둥절한 선생님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미친 놈! 지가 설경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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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유명한 『논어』의 첫머리에서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명언을 남겼다. 그런데 정말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운 일인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운 일이 된다면, 세상에서 말하는 성패와는 관계없이, 그 삶은 본질적으로 성공한 삶일 것이다. 자, 독자 여러분. 여러분의 삶을 한 번 돌이켜 보시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거웠던 적이 있으셨던가? 있다면 어떤 일이셨던가? 수학을 배우고 익힐 때 즐거우셨던가? 영어를 배우고 익힐 때 즐거우셨던가? 경제학을 배우고 익힐 때 즐거우셨던가? 물리학을 배우고 익힐 때 즐거우셨던가? 세상 살 날이 얼마나 남으셨는가? 즐겁게 살기에도 부족한 데, 왜 그리 무료하게 시간을 죽이고 계시는가? 먹고 살 일 운운하지 마시라. 비겁한 변명이시다. 먹고 살기 위해 일하면서도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이 너무도 즐거울 수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대표적인 일이 예술이다. 다시 말해 음악, 미술, 체육으로 대변되는 예술 말이다. 혹자는 체육이 왜 예술인가라고 시비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이용대의 저 우아한 점프 스매시를 예술이란 말 말고 다른 무엇으로 표현한단 말인가? 하나 더 생각해보자. 먹고 사는 데 있어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예술이 왜 지금껏 존속되어 왔겠는가? 예술이 존속하게 된 뚜렷한 이유는 즐거움 때문이다. 오! 예술이여 영원하라. 오! 즐거움이여 영원하라.(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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