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접 씨가 이웃 소심 씨의 집에 놀러왔다. 「차 한 잔 안 주시나요?」소심 씨는 <참 자주도 온다> 싶었지만, 아무런 내색없이 차를 내어왔다. 추접 씨는 자신의 무용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소심 씨도 말이 하고 싶었지만, 추접 씨의 이야기를 끊기가 미안해서, 듣기만 했다. 한참만에야 말할 기회를 잡은 소심 씨가 말했다. 「어제, 하얀 황소를 봤어요. 되게 신기하더라고요.」추접 씨가 즉시 반박했다. 「잘못 보셨겠죠. 세상에 하얀 황소가 어디 있어요.」소심 씨가 소심하게 대답했다. 「제가 직접 봤다니까요.」추접 씨가 다시 반박했다. 「아마 말이었을 겁니다. 백마는 좀 흔하니까.」 소심한 소심 씨가 자신없게 말했다. 「진짜 봤는데…….」
잠시 후 「딩동」하고 초인종이 울렸다. 대문으로 간 소심 씨가 문을 열자, 직설 씨가 반갑게 인사했다. 「잘 계셨어요? 좋은 사과가 들어와서 맛 좀 보시라고 가져왔어요.」 소심 씨는 소심하게 웃으며 직설 씨를 반겼다. 「어, 추접 씨도 계셨네요. 역시 먹을 복을 타고 나셨어요.」소심 씨, 추접 씨, 직설 씨가 사과를 실컷 먹고도 몇 개가 남았다. 추접 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만 가보렵니다. 참, 그런데 남는 사과는 제가 가져가도 되겠지요?」소심 씨가 머뭇거리고 있는데, 직설 씨가 대뜸 말했다. 「아니, 제가 소심 씨 드시라고 가져온 건데, 염치도 없이 그걸 가져가시면 어떡해요.」추접 씨가 불쾌한 얼굴로 「아니, 뭐 그런 걸로 사람에게 무안을 준답니까?」하고는, 사과를 냉큼 들고 나갔다.
직설 씨가 소심 씨에게 말했다. 「아니, 왜 아무 말씀도 안 하세요? 얄밉지 않나요. 내 저사람 이웃집 방문할 때 뭐 들고 오는 것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제 집에 누구를 초대하는 것도 본 적이 없어요. 저 사람 눈치는 빨라가지고 우리 집에는 절대 안 와요. 소심 씨가 매번 이러니까, 소심 씨 집에 매번 와서 저런다니까요.」 소심 씨는 붉어진 얼굴로 아무 말이 없었다. 직설 씨가 말했다. 「무슨 말씀 좀 해보시라니까.」 소심 씨가 소심하게 말했다. 「나, 저 사람 무서워요. 그래서……. 직설 씨도 조심하셔야 해요. 알고 보면 무서운 사람이에요.」 잠시 후 소심 씨가 한 마디 덧붙였다. 「근데, 방금 전에 제가 말씀드린 거, 추잡 씨 귀에 절대 들어가면 안 되요. 약속하셔야 해요.」
다음날. 소심 씨 집의 초인종이 울렸다. 「접니다. 추접. 차 한 잔 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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