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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전공연수기] 그림일기를 시작하다

복수전공

by 빈배93 2013. 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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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진하게 비가 왔다. 시론詩論 시간에 연수생들이 떠올린 단어를 조합해서 끄적여본 시詩(?)다. 내가 떠올린 단어는 '무념무상無念無想'이었다.

 

 

졸라맨 형식으로 그림을 그리고, 하이쿠 형식으로 글을 더하였다.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종일 그리고 또 그리고 쓰고 또 썼다. 국어 연수가 아니라 미술 연수 온 기분이다. 

 

 

무슨 수단 방법을 써봐도 12시간 이어지는 수업이 좋을 리는 없다. 그래도 다음 시간을 알리는 종은 울리고야 마니 어쩌겠는가? 힘내서 다시 시작하는 수 밖에.

 

 

기숙사 식당에서는 점심시간마다 밥과 면을 내놓고 선택권을 준다. 면을 좋아해서 꼭 면을 고르는데, 며칠 먹어보니 이름만 다르고 맛은 다를 게 없었다.

  

 

한 2주 정도 연수를 받다 보니, 혼자 놀기의 진수는 생각하고 관찰해서 그리고 쓰는 것이라는 사실을 점점 확신하게 된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한 것이 혀의 위치와 소리를 연결시키려 들면 혀에 마비 현상이 찾아온다. 그래서 간단히 포기하니 혀가 행복해 한다. 내 혀는 절대 그 짓 안 시켜!

 

 

어떤 선생님 시간은 시계가 정말 느리게 움직인다. 시침과 분침을 보이지 않는 손이 붙들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시침과 분침에 본드를 칠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밤 10시 강의가 끝나면 조무 학생이 들어와 강의실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공주대학교 사범대 3학년 학생인데 참 착하고 예쁜 학생이다. 무슨 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국어를 복수전공하고 있다고 하길레, 연수 끝나고 나면 모든 책을 몽땅 넘겨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한 30년 만에 받아쓰기를 했다. 12문제 중에 7개를 맞추었으니 58점 쯤 된다. 초등학교 때 점수도 그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런, 30년이 지나도록 발전이 하나도 없었다는 건가.

  

 

공주에서는 곰[熊]과 밤[栗]이 없으면 말이 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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