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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을 걷다(1) [공주터미널-강경터미널-덕유정-강경교회 예배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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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배93 2013. 12. 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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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에 가고 만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사람이 괴로운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얽매이기 때문에 사람이 괴로운 것이다. 시스템을 탓하는 자는 천날 만날 괴롭지만, 시스템을 전복하려는 자는 얽매임 속에서도 의연하다. 나는 내일 12시에 강경으로 떠난다.

 

 

 

공주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공주 터미널이다. 강경 가는 버스표를 끊는다. 버스비는 5,100원. 출발 시간은 12시 30분. 운행 시간은 약 한 시간. 40분의 빈 시간. 책 들고 오길 잘 했다. 대합실에 앉아 책을 읽는다. 김별아의 『영영 이별 영이별』을. 강경행 버스를 기다린다. 이곳에 지쳐 저곳으로 떠났다가 이곳이 그리워 저것에서 돌아오는 것이  여행이 아닐까? 때문에 여행은 떠날 때와 돌아올 때가 가장 좋을지도.

 

 

강경 가는 버스 안에서

 

   공주의 안개는 지독하다. 겨울 해 정도로는 쉽게 걷어지지 않는다. 주눅든 해가 꼭 흐린 날 밤 달 같다. 강경 가면 좀 나으려나? 논산 버스터미널에 도착한다. 15분 정차 후에 출발한단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가? 멀미가 날 것 같아 책도 못 읽겠다.

 

 

젓갈 파는 가게는 많지만

 

   강경터미널에 도착한다.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현수막. "강경고등학교 100대 머시기 선정." 서너집 건너면 반드시 젓갈 가게가 있다. 거리에 젓갈 냄새가 진동할 줄 알았건만 그렇지는 않다. 읍사무소에서 지도를 얻어들고서 주린 배를 채우러 휘적휘적 걷는다. 저녁에 맛있는 것 먹을테니 점심은 간단하게 짜장면 곱배기로.

 

 

뒷태가 그나마 나은 덕유정德游亭

 

   짜장면 한 그릇에 흐뭇해하며 덕유정에 이른다. 덕유정은 정조 때 세운 국궁장이다. 지금도 국궁장은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덕유정의 옛 모습은 덧대어 놓은 철제와 아크릴판으로 훼손되어 있고, 입구에는 외인 출입 금지를 알리는 간판이 위협적이다. 군자는 활을 쏘면서 덕을 길렀다고 하지만, 한낱 한량의 변명이 아닐까?

 

 

 존 토마스 목사와 강경교회 예배당

 

   옥녀봉으로 올라간다. 근대 건축물이 하나 서 있다. 안내문을 보니 '(구) 강경 성결 교회 예배당'이다. 1923년에 완공된 이 예배당은 매값으로 지어졌다. 사연인즉 이러하다. 1919년 3월 20일이었다. 영국인 목사 존 토마스가 강경교회 터를 보러 왔다가, 왜놈에게 맞고 투옥되었다. 이 사건은 영국과 일본의 외교 문제로 비화되었고, 힘쎈 영국은 일본으로부터 5만 불의 보상금을 받아냈다. 존 토마스 목사는 보상금의 일부를 내어놓았고, 그래서 지어진 건물이 강경교회 예배당이다. 

 

 

벽화, 사랑의 느티나무

 

   옥녀봉 가는 길에 벽화가 보인다. 유독 눈에 띄는 벽화가 있다. 예쁘다. 그림 옆에는 "옥녀봉 사랑의 느티나무, 강경 사람이면 누구나 사진 찍었던 추억의 느티나무…"라고 쓰여 있다. 종종 실물보다 사진이나 그림이 더 감동적인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그러했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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