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캐릭터에는 지역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게다가 그 특유의 귀염성까지 더해지니, 지역 캐릭터를 보는 것은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다. 강경의 대표 캐릭터는 새우와 투구로 구성되어 있다. 강경하면 젓갈이고, 젓갈하면 새우이니, 새우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왠 뜬금없는 투구? 강경 거리를 걷다보면 '계백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그렇다. 강경이 속해 있는 논산에는 계백 장군의 묘가 있다. 전적지도 있다. 계백하면 장군, 장군하면 투구이니, 투구도 이해가 된다. 그래서 둘을 합해서 하나의 캐릭터로 만든 것이다. 손에는 창칼 대신 젓가락이 쥐어져 있다. "날 잡아 잡서유∼."하는 것 같다.
젓갈 전시관 앞 바위산에는 전망대가 우뚝 솟아있다. 이름하여 황산 전망대. 올라간다. 몇 백 개쯤 되는 계단을 밟으니 꼭대기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유리가 너무 더럽다. 창 밖은 미세 먼지가 너무 심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 것도 보고 싶지 않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내려온다.
전망대 아래에는 소설가 박범신의 문학비가 서 있다. 박범신은 이 동네 사람이다. "갈대밭에서 날아오른 세떼들이 연방 옥녀봉과 돌산 꼭대기를 차고 넘는다."는 구절을 본다. 옥녀봉은 아까 그 옥녀봉이고, 돌산은 황산 전망대에서 보았던 돌산이겠지 싶다. 소설가는 고향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고향은 소설가로 이야기를 만든다. 상부상조요 자업자득이다.
약속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는데, 그래도 늦기 싫어서 서둘러 강경고등학교로 접어든다. 1964년 스승의 날이 시작된 학교가 강경고등학교다. 나를 가르치고 있는 이석희 선생님이 교장으로 있는 학교이기도 하다. 일행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여행은 그제서야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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