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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을 걷다(2)[옥녀봉-강변공원-강경젓갈전시관]

복수전공

by 빈배93 2013. 12. 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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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녀봉은 말이 봉峰이지 야트마한 언덕이다. 그러나 그 위에 오르고 보면 사방이 확 트여서 강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르기는 쉽고, 전망은 좋으니,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횡재다. 왜 옥녀봉인가? 이런 전설이 전해온다. 옥황상제의 딸이 이곳에 내려왔단다. 경치가 너무 좋아 넋을 놓고 있다가 하늘로 올라갈 시간을 놓칠 뻔했다. 허겁지겁, 입는 둥 마는 둥 하늘로 올라가는데, 한쪽 가슴이 드러났단다. 이 장면을 본 옥황상제. "네 이년, 오지 마라. 그렇게 좋으면 거기서 살아." 땅으로 내쳐진 옥황상제의 딸은 제 이름을 옥녀라 하고, 이제나 저제나 아버지의 용서만을 기다렸는데, 끝내 용서받지 못했고, 여기서 기도하다가 죽었단다. 그래서 옥녀봉인 것이다. 이땅 어디에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을 전설이다. 그래도 좋다. 뻔한 스토리지만 발길을 잡기에는 충분하다. 우리 조상들은 일찌감치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알고서 제대로 써먹었다. 그것이 살아남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전설이다.

 

  

   옥녀봉을 내려와 강경포구로 접어든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공원을 걷는다. 온 세상이 뿌옇다. 지독한 안개다. 아니지, 지독한 미세먼지다. 잘 차려입는 사장님이 골프채를 흔들고 있다. 등산복을 입고 마스크를 한 아줌니가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다. 잔디 위를 걷는다. 물이 찐뜩찐득 올라온다. 멀리 언덕 위로 배 한 척이 보인다. 뭐지? 젓갈전시관이로구나. 그렇지. 젓갈전시관이라면 저러해야지.

 

 

    지역박물관이 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지역박물관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그럼에도 박물관은 들기 전에 본 지역과 박물관을 나선 후에 본 지역이 달라야 제대로 된 박물관이다. 젓갈 전시관으로 들어선다. 아무도 없다. 관람객도 없고 직원도 없다. 일층, 이층, 삼층을 둘러본다. 오래 된 사진 몇 장, 젓갈 모형 몇 개, 젓갈 케릭터 몇 개, 컴퓨터 모니터 몇 개, 강경의 역사에 대한 이러저러한 설명들. 게중 이런 설명이 눈에 띈다. "강경은 충청도와 전라도를 잇는 해상과 육상의 교통 중심지다. 구한말에는 평양장, 대구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의 하나였다." 그랬던 강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강경은 소도시 논산의 한 읍에 불과하다. 상전벽해까지는 못 되어도, 너무도 빨리 쇠해버렸다. 관람을 마치고 내려온다. 여전히 관람객도 없고 직원도 없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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