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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影島)

잡담

by 빈배93 2014. 9. 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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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은 달렸다. 구름으로 치장한 선계를 마음껏 내달렸다. 청학은 놀라 날아올랐다. 말은 달렸다. 봉래산 등성이를 초원처럼 내달렸다. 목이 타면 해풍을 마시며 해풍을 뚫고 해풍보다 먼저 달렸다. 그림자는 집요하게 말을 따랐다. 그럴수록 말은 힘이 나서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림자는 기진맥진하여 이따금 말을 놓치고 두리번거렸다. 말은 슬그머니 그림자 곁으로 다가왔다. 그림자는 말을 붙들고 안도하였다. 해무 자욱하던 날. 조각배에 올라 말은 떠났다. 서라벌로, 송도로, 개마고원으로. 그리고 말은 또 달렸다. 많은 말이 달리고 떠났다. 떠난 말 좇아 남은 말은 언제까지고 달렸다. 달리기를 멈춘 적이 없었다. 떠나기를 그만 둔 적도 없었다. 다리 너머가 심상치 않았던 어느 날. 철마가 고함을 질렀다. 사람 소리 시끌벅적하였다. 쇠망치 소리 요란하였다. 말은 멈추어 섰다. 그림자도 떠나갔다. 절영의 절은 떨어져 영만 남았다.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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