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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짱구 아버지

잡담

by 빈배93 2014. 9. 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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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르릉 방역기에 시동이 걸리면, 아이들 우르르 꽁무니를 따른다. 막걸리 한 사발에 짱구 아버지 나서자, 온 동네 벌레들 씨가 마른다. 새카맣게 그을린 어깨 너머로, 뭉게뭉게 새하얀 연기 피어나고, 온 동네 개구쟁이들 신이 나서 펄쩍거린다. 짱구 아버지 이놈들 하면, 온 동네 개구쟁이들 연기보다 먼저 흩어졌다가 연기보다 먼저 모여든다. 하늘 올라 구름 속에 뛰어들 수 없는 아이들. 짱구 아버지 내는 구름 속을 신나게 떠다닌다.

   국민학교 하굣길 짱구 아버지 목소리 드높다. 이 약으로 한 번 닦아봐. 동전도 반짝. 숟가락도 반짝. 놋쇠 그릇도 반짝. 할아버지 대머리도 반짝. 광약 팔아 하루 살던 짱구 아버지. 흥에 겨워 하는 말마다 노래 되어 울려 퍼졌다. 아이들 눈 속에서 그릇이 반짝, 그릇 속에서 아이들의 눈이 반짝. 그러던 짱구 아버지 광약 만드는 기술 팔아 넘겼다. 목돈 한 번 쥐어보려고 삼만 원에 팔아 넘겼다. 그 돈으로 고기 사고 생선 사서 푸짐하게 먹었다. 십 원도 남은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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