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컵라면을 먹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습니다. 하루 백 원도 받고 이백 원도 받던 용돈을 반은 까먹고 반은 모으기를 며칠을 한 끝에 삼백 원을 손에 쥐었습니다. 점심 종이 울리고 정문에 있는 문방구로 한달음에 내달려갔습니다. 손에 꼭 쥐고 있던 삼백원을 자랑스레 내놓고 컵라면을 받아들고서 비닐을 뜯고 스프를 뿌리고 뜨거운 물을 받았습니다. 문방구 평상에서 컵라면을 먹는 아이가 보였지만 교실에서 보란듯이 먹고 싶었습니다. 두 손으로 컵라면을 꼭쥐고 계단을 오르는데 아이들이 몰려 내려왔습니다.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어떤 아이가 탁 치고 지나가버렸습니다. 익고 있던 라면이 바닥으로 쏟아졌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컵 바닥에는 국물만 깔려 있었습니다. 쓰레기장 뒤편으로 가서 조그려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울다보니 컵라면을 쏟은 놈이 원망스러워 그 놈 멱살이라도 잡을 걸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놈 멱살을 붙잡고 내 컵라면 물어내라 할까 했습니다. 그런데 그놈 그 나쁜 놈 얼굴이 기억이 안 났습니다. 여학생 하나가 흘깃 보고 지나가길레 창피한 마음에 눈물을 훔치고 슬며시 자리를 떴습니다.세수하고 교실로 돌아가는 길에 그깟 돈 삼백 원이 뭐라고 하며 마음을 달랬지만 마음은 끝내 달래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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