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숨의 소설『철』은 독특하다. 대체로 <그로테스크(grotesque)하다>하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로테스크가 뭔 말이지? 국립국어원의『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는 단어다.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프랑스 말로 '괴상하고 기이하다'는 뜻이다. 언어 생활이라는 것이 꼭 국가 기관이나 특정 단체가 정해준 말을 따를 필요는 없다.(어떤 경우에는 그들의 강요를 따르는 것이 밥맛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말을 놓아두고 굳이 버터가 줄줄 흐르는 말을 쓸 이유가 어디 있는가? 전문 용어라 우리말로 대체가 불가능하고? 이 사람아, 당신은 그로테스크라는 말을 쓰고 우쭐할 정도의 식자(識者)가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만 고민하면 얼마든지 쉬운 우리말로 표현할 수 있을 걸세. 그로테스크 하면 유식해보이고, 괴상하다고 하면 무식해보인다고? 아닐세. 말은 그 내용에서 유식 무식이 정해지지, 알아듣기 힘든 단어에서 유식 무식이 정해지는 것이 아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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