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을 견뎌내고 잎을 달고 꽃을 피워서 벌 나비를 꼬드겨 겨우겨우 수정을 하고 건강하지 못한 친구들을 떠나보내고 땡볕과 장마 속에서 고독을 견뎌내고서야 비로소 한 알의 붉은 사과가 영근다.
수백 수천의 책을 읽고 하염없이 생각하며 수천 수만의 파지를 만들고 그보다 더 많은 머리가 빠져가며 겨우겨우 책 한 권을 써내면 10권도 팔리고 100권도 팔리지만 돈이 될 일은 거의 없다. 그래도 작가라는 사람들은 더 나은 책을 위해서 또 다시 집필의 감옥으로 기어이 들어간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놀고 싶은 것 못 놀고 자고 싶은 잠 못 자고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머리를 싸매고 ①번에서 ⑤번 중에 맞은 것은 고르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수없이 도전한 끝에 공무원이 된다.
쉽고 편하게 살면서 남들처럼 살기를 바란다? 그건 도둑놈 심뽀다. 무임승차를 바라지 말자. 힘들게 탑승한 사람을 시기하지도 끌어내리지도 말자. 대수롭지 않게 보일지라도 쉽게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얻어진 것은 결코 대수롭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피와 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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